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동수원 사거리를 지나 꽃이 만발한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보면 회색벽돌의 아담한 건물을 만난다.

이곳이 에리트퍼니처(대표 박혁구 회장) 본사.

30년 가까이 교육용 가구를 만들어온 회사다.

학생용 가구에 관한한 어느 업체에게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과 품질을 자랑한다.

"가구는 의·식·주 다음에 오는 제4의 생필품입니다.첨단 정보기술(IT) 제품과는 달리 품질만 좋다면 판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죠.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가구는 결코 사양산업일 수 없습니다.오히려 도전이 필요한 벤처산업입니다"

업계에서 ''발명기업인''으로 통하는 박혁구(54) 회장.

특허 실용신안 의장 등 학생용 가구 분야에서 그가 가진 지식재산권만 54개다.

그의 사무실 벽 한쪽에는 그 인증서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지난해 발명의 날에는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모 부분의 교체가 가능한 미닫이 문짝 및 문틀,폐합성수지를 이용한 청소도구함,손상된 책상 상판을 손쉽게 뒤집어 재사용할 수 있는 학생용 책상 등 그의 특허 대부분은 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맞춰져 있다.

치마 입는 여학생들을 위해 책상 앞쪽에 앞가리개가 달린 책상을 고안해낼 정도로 철저하게 사용자를 우선한 제품을 만들어왔다.

"학생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니만큼 세심하고 공들여서 만들어야죠.돈 욕심은 없습니다.그저 우리 아들 딸들이 좀더 편안한 환경에서 생활했으면 하는 게 제 소원입니다"

박 회장은 1970년대 초 상업계 고등학교에 타자기를 납품하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교육용 가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물론 실패도 있었다.

무허가 공장을 경영하며 재기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한 열정이 작년 매출 1백30억원,순익 28억원의 건실한 회사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서산에 대규모의 제2공장을 건설하고 사무용가구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는 1백80억원.

"경영진과 직원들 모두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서 개선점을 찾고 해결해 나간다면 기업 혁신은 저절로 이뤄집니다.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부분이라도 그 분야에서만큼은 자신이 최고이니까요"

(031)236-2525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