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만 해도 공화국 개방은 이제 급류를 탈 것으로 보였다.

TV는 시장경제가 변화시킨 상하이, 푸둥지구를 장면 그대로 보여주고, 놀란 인민들에게 "중국이 천지개벽을 했다"고 외쳐댔다.

인민들에게 혁명적으로 닥쳐올 새 변화를 준비시키려는 당(黨)의 의도가 아니었던가.

이런 조류가 얼마전부터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미국에서 괴이한 개표 끝에 공화국에 비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더니 사사건건 일이 뒤틀린다.

현대그룹이 산산조각난 뒤, 남반부에서는 대북사업에 손댔다하면 죄다 신용추락하고 망한다고 인식하는 모양이다.

1년 수출이라야 고작 연 5억여달러인 공화국에 연 1억4천4백만달러의 달러를 대주겠다던 금강산관광사업은 이제 그만 두겠다고 한다.

이러하니 공화국도 북남장관급회담, 적십자회담에 무단히 참석하지 않았고, 세계대회에 나갈 단일탁구팀 구성도 거부한 것이다.

이런 시위는 좋으나, 요즘 대남 비방이 늘어나고 ''우리식대로 살자''는 구호가 다시 등장한다고 한다.

바쁘게 닦은 개방항로가 혹시 농가성진(弄假成眞)하여 반전하는 것이 아닌가 기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세기말 인민들이 겪은 시련을 생각해 보자.

개방과 개혁이 늦추거나 돌이킬 수 있는 선택인가.

국가의 총생산은 연 마이너스 4% 이하의 속도로 추락해 지금은 10년 전에 비해 절반밖에 안된다.

식량생산은 매년 2백만t이 부족해 외화가 없는 공화국 인민들은 굶는 도리밖에 없었다.

해외언론은 그동안 북한 인구의 15%인 3백만명이 죽고, 60%의 인구가 전보다 체구가 줄어들었다는 소문을 내고 있다.

광우병 소동 때문에 공짜로 주겠다던 소도 저희 문제 아니라고 무책임하게 떠드는 이른바 인도주의 서방여론 때문에 받을 수가 없다.

배부른 자들이 소동치는 이 광우병으로 죽은 자는 영국에서 수십명밖에 안된다.

''에이즈로 반쯤 죽은 자가 벼락맞아 죽을'' 확률밖에 안되는 위험 때문에 2천만 공화국 인민을 굶어 죽게 하다니….

이게 인도주의인가.

여하간 책임과 생각이 있는 정부라면 이런 상태로 국가를 방치할 수는 없다.

세계적인 정보혁명이 진행되는 오늘날 국가를 폐쇄하고 정체를 택해 과거처럼 ''그럭저럭 버티는 것''은 될법한 일이 아니다.

인민들도 이제는 우리 식의 노력만으로 공화국을 살릴 수 없고,다른 선택을 한 중국이나 남한사회가 훨씬 풍요함을 알만큼 알게 됐다.

세계는 지금 IT와 디지털기술에 인도돼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신기술을 1백% 거부하지 않는 한 공화국을 완전 차단할 수 없고, 그런 선택을 하는 한 강성대국은 고사하고 경제 사회 문화 모두가 낙오, 도태하는 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일 동지는 매일 두시간 이상 인터넷 서핑을 하는 컴퓨터광(狂)이라고 하니, 이런 세상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나락에서 허덕이던 공화국 경제는 작금년 남반부 ''햇볕정책''의 정권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자금 덕분에 크게 회복했다.

섭섭하게도 이런 횡재는 앞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서운해 할 것은 없다.

원래 자본주의사회에는 ''공짜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위협하거나 구걸해 얻는 것은 잠깐 단맛만 줄 뿐, 공화국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인민의 정신을 타락시키는 모르핀이 될 뿐이다.

저네들 식의 시장규칙과 관례를 하루 빨리 익히고, 본격 개방해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고, 인민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얻고, 이를 한푼 두푼 모으는 것만이 공화국의 진정한 자본이 되는 것이다.

이제 금강산관광사업부터라도 시장가격 치르고 장사하겠다는 자본주의 사업가에게 맡겨 화끈하게 변한 우리의 개방자세를 만방에 보여야 할 것이다.

세계는 분초를 다투어 변하고 있다.

20년 앞서 개방, 개혁한 중국을 보라.

체제가 망하기는 커녕 얼마나 잘살게 됐는가.

베트남 미얀마 모두 개방을 하고 있는 마당이니 공화국이 낭비할 시간이 없다.

아무리 인권이 무시되는 나라이지만, 변화가 없다면 순진한 인민들도 하루아침에 등을 돌릴 수 있다.

지도자 동지는 공화국과 자신이 처한 위치에 노심초사해 매일 잠을 설쳐야지, 최고급 포도주나 즐기고 남한 연예인을 초청해 감상할 틈이 없는 것이다.

kimyb@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