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주식연계 대출"(Mezzanine financing)을 활성화하려는 것은 최근 위축돼 있는 벤처업계에 대한 투자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서다.

기술과 사업성이 있으면서도 담보나 신용이 부족해 은행돈을 빌리지 못하는 기업들에 "제3의 길"을 넓혀 주겠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대출 은행들로 하여금 미래의 잠재 주주로서 회사 경영을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이점도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들이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마땅한 자금운용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금융 돌파구"로서의 일석이조 효과까지 감독당국은 기대하는 눈치다.

◇ 담보와 신용의 절충 =''메짜닌''은 건물의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등의 공간을 일컫는 이탈리아 말에서 유래됐다.

출자전환 권리와 연계하는 대출 방식이 건축물로 치면 1층(담보)과 2층(신용) 사이의 메짜닌과 같다는 의미에서 이런 금융기법을 ''메짜닌 파이낸싱''이라고 부른다.

대출의 연결고리가 미래시점의 주식인수권, 주식전환권이나 신주인수권부채권(BW) 인수와 같은 것이어서 대출 시점에서 담보가치를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출자전환 권리와 연계시키는 구체적인 방식은 은행과 기업이 정한다.

◇ 자금과 경영 문제를 함께 해결 =감독당국은 ''메짜닌 기법''이 활성화될 경우 대다수 벤처기업들이 겪고 있는 자금난과 경영전문인력 부족의 이중고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위 유재훈 시장조사과장은 "진승현.정현준 게이트와 같은 금융스캔들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벤처금융 기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 과장은 "시중은행들을 조사한 결과 CB(전환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외에 주식연계 대출은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연간 1백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은행과 기업에 ''윈윈 전략''이 되도록 제도적 걸림돌을 적극 제거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현행 법규는 은행들이 특정 기업에 대해 의결권 있는 주식을 15% 이내에서만 보유하도록 묶고 있다.

벤처기업의 자본금이 불과 수억원 수준인 경우가 많아 주식연계대출을 한다 해도 이 규정에 묶여 한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감위는 의결을 통한 예외조항으로 이 규제장치를 풀 계획이다.

은행은 나중에 취득한 주식으로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고 거래소나 코스닥시장 내에서 매각하는 등으로 일종의 신사협정을 체결, 기존 벤처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고 은행의 기업 장악도 예방할 수 있다는게 이 제도의 강점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은 투자와 수익 극대화에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대출 후 배정받은 주식으로 인한 경영권 갈등은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게 금감위의 분석이다.

◇ 유망 벤처에 대출 세일즈 나설까 =''메짜닌 파이낸싱''은 미국 등지에서 상당 수준으로 활성화돼 있다.

안정적인 자금수혈을 받으면 ''뜰'' 기업을 제대로 가릴 경우 해당 기업은 물론 금융회사에도 한몫 돌아온다.

따라서 은행의 ''공신력''을 벤처기업들이 신뢰하고 현실적인 걸림돌이 없어지면 은행은 장기 저리를 무기로 새로운 ''대출세일즈''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금감위는 전망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