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명감독 대(對) 현존하는 최고의 경영자로 불리는 기업인.

조직을 관리하는 전문경영인으로서 과연 어느 쪽이 더 훌륭할까.

미 경영전문지 포천은 은근히 ''명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이 잡지는 최근호(4월30일자)에서 뉴욕 양키스를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팀으로 이끈 조 토레(60) 감독과 불세출의 경영자로 통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65) 회장을 놓고 서로의 경영능력을 비교·분석하는 색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그 결과 토레 감독이 야구팀이 아니라 기업체를 운영하는 인물이었다면 웰치 회장에 맞먹거나 그를 능가하는 걸출한 경영자였을 게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하직원의 잠재된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동시에 상사를 만족시키는 전천후 일꾼,게다가 경쟁에 나서면 십중팔구 승리로 이끈다…''

이 잡지는 토레 감독을 이렇게 묘사하며 아마도 이런 자질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있다면 기업으로선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웰치 회장이 결코 이런 덕목에서 뒤처지는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토레 감독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강점이 그를 ''둘도 없는 경영자''로 꼽도록 주저하지 않게끔 한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대개 경영자들에게선 찾기 힘든 그의 장점은 다름아닌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미국의 유명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이 주창한 이 감성지능은 기술혁명이 진전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인간형이 제값을 받게 된다는 논리와 연결된다.

즉 협력과 팀워크가 한층 중시되기 때문에 감성 경쟁력을 가진 지도자가 절실하다는 것.

포천은 토레 감독이야말로 전문성과 감성을 겸비한 이른바 ''신감성형 리더''라며 그가 지휘봉을 이어받으면서 시작된 양키스의 부활을 근거로 들었다.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속했던 야구팀으로도 유명한 양키스는 호화 멤버를 자랑하면서도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까지 단 한차례의 우승도 일궈내지 못한 ''모래알 군단''이었다.

그런데 토레가 1996년 사령탑으로 등극한 후 상황은 달라졌다.

지금까지 5년동안 월드시리즈에서 4차례 우승,3년 연속 승리를 기록하며 다시 최강팀으로 발돋움한 것.

그의 성공 전략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1 대 1 ''감성마케팅''.

선수 개개인을 인간적으로 대하며 동기부여를 유도,내재한 가능성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토록 한 게 주효했다.

토레는 ''상사''와의 관계에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양키스 구단주인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토레 감독을 자신과 "가장 좋은 관계를 맺은 감독"이며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뛰어난 경영자"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한 감성을 내세우는 전략이 자칫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양키스 팀 멤버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토레 감독이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자제력과 판단력을 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