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교육 솔루션 업체인 이타텍 손재호(37) 사장의 일과는 보통 아침 7시에 시작해 밤 12시가 돼야 끝난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고 경기 침체로 경영여건 또한 좋은 편은 아니지만 미래에 대해 회의한 적은 없다.

결국 한국이 가야할 길은 정보기술(IT) 쪽이고 자신이 그 최선봉에 서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21세기 한국 경제의 비전은 정보통신 강국이다.

정부도 IT강국 "e(전자)-코리아" 건설을 국가적 과제로 내세우고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e-코리아"는 국민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을 쓸수 있고 복잡한 행정업무를 컴퓨터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끝낼수 있으며 IT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선진국을 뜻한다.

세계적 IT기업 육성,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전자정부 실현이 e-코리아를 만드는 엔진이다.

IT산업은 이미 한국 경제를 이끄는 중추 산업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IT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년 5.6%에 불과했으나 2000년 16.1%로 커졌다.

경제성장에서 IT 산업의 기여도는 같은 기간 19.1%에서 50.4%로 올라갔다.

성장의 절반 이상이 IT 산업 덕분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수출의 43%가 IT 제품이다.

IT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와 무선인터넷 시장 확대 추세에 힘입어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같은 IT 산업 급성장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를 "IT 산업이 머리가 우수하고 짧은 시간에 승부내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에 딱 맞아떨어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 인프라 건설에서도 "e-코리아 만들기"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전국 1백44개 지역이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긴 지난해말 모두 광케이블로 연결됨으로써 산간벽지나 도서지방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수 있는 정보 고속도로가 완성됐다.

2005년까지는 전국이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연결된다.

국내 인터넷 이용인구는 1천9백만명(2000년말 기준)으로 7세이상 전인구의 44.7%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휴대폰 가입자도 2천6백만명을 돌파했다.

정부도 각종 행정민원과 정부조달을 인터넷으로 처리하고 국가가 보유한 과학기술 문화 등 각종 정보에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수 있도록 전자정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명실상부한 "e-코리아"로 탈바꿈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코스닥 붐에 힘입어 많은 IT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수익모델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구축됐지만 주고 받을만한 제대로된 정보상품(콘텐츠)은 빈약하다.

원조교제나 자살을 부추기는 사이트가 성행하는등 정보화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미국 나스닥 시장 급락 여파는 국내 닷컴기업에도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지금은 그동안 급성장세를 보여 왔던 세계 IT 산업이 주춤하면서 숨을 고르는 시기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삼성경제연구소 심상민 수석연구원은 "디지털 혁명은 시대의 흐름으로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과 비전만 있는 기업이라면 앞으로도 급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IT 산업이 만들어내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이 기회를 살려 정부와 기업, 가정이 정보화를 이뤄 "e-코리아"를 건설하는 것, 그것이 지금 한국 경제에 주어진 과제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