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약 오남용을 막는데 어느정도 효과적일까.

다른 것은 모르겠으나 국산 비아그라 남용만은 확실히 막고 있는 모양이다.

처방전을 갖고 그 약을 사러 온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는게 동네 약국주인 얘기다.

"점잖치 못하게 누가 처방전까지 떼오려 하겠느냐"는게 그의 반문이다.

그렇다고 비아그라란 약을 그 약국에서 전혀 팔지 않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국산 비아그라 대신 그럴 필요가 없는 미제 비아그라를 단골 고객들에게 원하는 만큼 대주고 있다는게 이 친구의 자랑이기도 하다.

의약분업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밀수품이거나 어쩌면 효능이 의심스런 가짜일지도 모르는 약품 사용을 부추기는 꼴이 될수도 있다는 점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

의약분업 전이라면 하루나 이틀치만 사던 감기약도 또 처방전을 떼야한다는 부담때문에 3,4일치를 한꺼번에 사게 된다고 푸념하는 이들도 없지 않은게 사실이기도 하다.

과연 의약분업이 약 오남용을 억제하는 측면만 있는 것인지, 이래저래 생각해볼 점이 없지 않다.

의료보험 재정파탄은 우리 모두에게 좀더 종합적인 시각을 요구하는 측면이 있다.

어느 한쪽 면에만 치우친 논리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더 꼬이게 만들게 분명하다.

부실기업과 은행에는 몇십조원씩 쏟아부으면서 전체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의료보험에 4,5조 넣는 것이 뭐 그렇게 문제될게 있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판이니 더욱 그렇다.

그런 논리라면 문제는 간단하다.

건강세를 신설하는등 세금을 왕창 더 걷는 대신 의료보험제도는 아예 없애고 정부에서 의료비를 전적으로 부담해 주면 그만이다.

보험료로 내든, 세금으로 납부하든 봉급봉투에서 빠져 나가는건 마찬가지고 보면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것이 간명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면서 동회나 구청에서 의료관련업무를 취급하게 하면 허구한 날 파업이네 뭐네 시끄럽기만한 건강보험공단을 보지 않아도 될것이니 그 또한 좋은 일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의료보험 재정파탄은 단순히 그것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메우는 문제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의료보험 적자는 의약분업과정에서 올려준 의보수가를 내려서 해결해야 한다는 발상이 적절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현실적으로 다시 의보수가를 내리는 것이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강제로 그렇게할 경우 의료서비스의 질이 더욱 악화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현재 우리가 안고있는 의료문제의 심각성은 의료보험 재정은 파탄상태인데도 종합병원에 입원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의료서비스 공급이 수요에 못미친다는데 있다.

오늘의 상황은 한마디로 의료문제에 정부가 너무 깊이 끼여 들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의보수가에 대한 통제가 결국 의료산업에 대한 투자를 저해, 응급실에서 며칠씩 기다려도 입원실이 나지 않는 상황을 빚어냈다고 봐도 잘못이 아니다.

현안문제인 의보적자를 재정에서 메우는 것이 관행화할 경우 의보수가에 대한 정부의 통제 의욕(?)은 배가될게 너무도 분명하다.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사실상 구조화시키는 꼴이 된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고 의료보험료를 더 올려주는 것은 대책이 될수 없을것 또한 분명하다.

결국 선택가능한 대책은 몇가지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우선 의약분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제도 그 자체를 백지화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의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선택의 자유''가 약화를 낳는다는 단순논리는 소비자 의식수준을 지나치게 저평가하는 듯한 일면이 있다.

부작용이 심하지 않은 것들은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 의보적자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고가 의료장비를 이용하는 의료서비스를 의료보험에서 제외하는데 대해 불평이 많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현행대로 유지해야할 것은 물론이고 소액진료 본인부담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공적 의료보험이 부담하지 않는 의료서비스를 보장해주는 사적 의료보험제도는 자본주의체제상 순리다.

우리 의료보험체제는 유럽형이 아니라 미국형으로 가져가는 것이 옳고, 차제에 그것을 분명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