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내린 KBS 주말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에선 주인공들이 갈등하는 모습과 함께 메조소프라노 프랑소와 비아트르의 허무감 짙은 노래가 배경에 깔렸다.

뉴에이지음악 작곡가 뤽 배위르의 최신 앨범에 수록된 곡 "빛속으로"였다.

드라마 인기상승과 함께 이 앨범 판매도 1천장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인 뉴에이지 연주자의 피아노솔로컬렉션 "드리밍(헉스뮤직)"은 최근 발매 1주만에 5천여장이 팔리면서 흥행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뉴에이지와 크로스오버음악 앨범들이 음반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97년말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에 들어간 이래 국내 음반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이 장르들의 앨범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수미의 크로스오버음악 앨범 "온리 러브"가 선두주자다.

지난해초 나온 이 음반은 70만장이 넘게 팔렸다.

이보다 앞서 뮤지컬가수 사라 브라이트만과 맹인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앨범도 각각 판매량 10만장을 넘어섰다.

일본의 뉴에이지 아티스트인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솔로 컬렉션 앨범은 30만장이나 팔렸다.

정통 클래식 앨범이 대개 5백~1천장에 머무르는 것에 비교할때 이들 앨범의 판매량은 엄청나다.

크로스오버는 클래식이나 팝아티스트들이 다른 분야의 곡을 연주한 음악을 통칭한다.

뉴에이지는 선과 명상을 느끼게 하는 음악이다.

클래식과 팝의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서 두 장르는 공통성을 갖고 있다.

이들 곡은 대체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조수미의 "온리 러브"는 작곡가 발프의 오페라아리아 등 부드럽고 듣기 쉬운 곡들을 채택해 일반인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분석된다.

크로스오버 앨범은 90년대 중반에도 "반짝" 붐을 일으켰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파바로티와 친구들" 1집이 25만장이나 팔렸고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의 "바이올린 플레이어"는 50만장을 넘어섰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주춤했다가 최근들어 클래식앨범 부문의 전면에 다시 등장했다.

크로스오버와 뉴에이지 앨범은 현재 클래식음반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국내음반시장은 97년말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에 들어가기 직전 4천5백억원정도였지만 올 3월 현재 3천억원정도로 위축됐다.

이중 클래식음반 비중은 전체시장의 10%선인 3백억원안팎으로 추정된다.

크로스오버와 뉴에이지 앨범의 성장세와 맞물려 독립음반사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IMF체제 이후 창업한 독립음반사들은 20~30개에 달하며 이들 업체는 클래식부문에서는 뉴에이지나 크로스오버 뮤직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이들 앨범은 생명력이 길다는게 장점이다.

발매후 수개월이 지나도 꾸준히 팔린다.

1주일내에 성패가 판가름나는 대중가요 앨범과 차별화된다.

구매층도 넓다.

특히 CF나 방송드라마 영화 등의 배경음악으로 채택되면서 판매가 급신장하는 패턴을 보인다.

조용한 선율을 무기로 대사를 살리면서도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때문.

"온리 러브"앨범은 냉장고CF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데 이어 MBC 방송프로그램 "성공시대"에 조수미가 소개된 후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배위르의 뉴에이지음악 앨범은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 외에 이달말 개봉되는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칼에 찔리는 장면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됐다.

국내 판권을 쥔 아이드림미디어측은 영화가 성공할 경우 "대박"이 터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음악의 성공은 장르간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예견한다.

지난해초 베를린필이 록그룹 스콜피온스와 협연을 갖고 앨범을 낸 것은 클래식과 팝간의 벽이 완전히 허물어졌음을 선언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