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갑수 한국기술투자 회장이 회사자금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투자자 벤처기업 및 벤처캐피털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오고 있다.

사건의 실체는 접어두고라도 서 회장이 벤처캐피털업계의 대부로 군림해온 데다 한국기술투자가 벤처캐피털업계 정상급 업체라는 상징성 때문에 벤처투자 분위기 자체가 급속도로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파장은 역외펀드로 나간 돈의 성격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회사돈인지 아니면 창업투자조합 자금인지에 따라 피해자 수가 크게 달라진다.

한 창투사 임원은 "서 회장이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자금이 벤처투자조합의 자금이라면 피해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한국기술투자는 지난 99년 6월 1백%의 목표수익률을 내건 펀드에 일반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 투자조합에 돈을 댄 일반투자자는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벤처펀드 운용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있어 횡령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단 검찰수사 추이를 지켜 보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술투자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은 벤처기업도 좌불안석이다.

예전같으면 벤처캐피털회사, 특히 한국기술투자로부터 투자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주목받는 벤처기업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한국기술투자가 모럴해저드에 빠진 창투사로 지탄받을 경우 유·무형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한국기술투자가 투자한 벤처기업중 올해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는 네이버 메타랜드 나눔기술 셀바이오텍 피코소프트 등 30여개에 이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기술투자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았다는 사실이 기업공개 때 더이상 호재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벤처캐피털업계는 신인도 추락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부 벤처캐피털은 코스닥시장의 활황과 붕괴 과정에서 벤처기업 육성보다는 돈놀이에만 치중해 왔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이러한 질타는 벤처캐피털업계의 간판스타인 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힘을 얻게 될 전망이며 반대 급부로 벤처캐피털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신용평가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한 일부 벤처캐피털의 신용등급을 재검토하고 있어 자금 조달에도 애로를 겪게 될 것이란게 금융계의 판단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기술투자측은 "경영진의 횡령 혐의는 사실과 다르며 이를 입증할 자료도 갖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