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았다고 노래한 시인이 있었다.

겨울이 아무리 춥고 길게 느껴진다 해도 봄은 어김없이 온다.

자연법칙 때문이다.

경기의 봄, 경제의 봄은 계절의 변화와는 달리 그럴만한 요인이 있어야 온다.

우리가 그런 요인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 판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의보재정에 구멍이 뚫렸다.

의약분업과 의보통합을 성공한 개혁으로 내세우려던 정부가 곤욕을 치르게 됐다.

성난 민심을 무엇으로 달랠 것인가.

각종 연.기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권력이 오만하면 비판을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권력이 스스로를 과신하면 정책오류를 소신으로 착각한다는데 과연 그런가.

왜 이렇게 됐는가.

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게 돼있는 구조 때문이다.

어떤 가정도 조직도 나라도 수입보다 지출이 지속적으로 많으면 거덜나게 돼있다.

이건 누가 봐도 간단히 알 수 있는 이치다.

선심을 베풀려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면 수준이하고, 수입과 지출을 잘못 계산했다면 바보다.

복지부장관을 바꿨다.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지만, 장관을 비롯한 고위관료 몇몇을 바꾸는 것으로 잘못된게 바로 잡힐 수 있을까.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책임질 사람을 찾는데 익숙해져 있다.

진짜 죄인에게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호통치는게 아니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데 네가 져라"는 식이다.

속죄양을 만들어 내야 진짜 책임질 사람들이 살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책임자는 복지부사람들 뿐인가.

복지부에선 청와대와 여당이 대통령의 공약사업이고 개혁의 핵심조치라며 의약분업을 밀어붙이지 않았느냐고 항변한다.

재정적자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반개혁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는 일부 시민단체들은 지금 말이 없다.

경제는 스스로 굴러갈 수 있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표밭갈이에만 관심을 갖거나, 현란한 논리를 펴면서 사태를 잘못 판단하거나 쓸데없이 간섭하면 경제엔 탈이 난다.

이를 빗대 "정치인과 경제전문가가 잠자는 밤에만, 그리고 공무원이 체육대회를 하는 시간에만 경제는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쓴웃음이 나오지만 일리는 있다.

잘못 쌓은 축대도 겨울에는 별탈 없다가 해동 때 무너진다.

IMF 극복을 외치면서 자만에 빠진 사이에 축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의보재정만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진짜 빈곤층을 도와야 하는데 재산과 소득이 제대로 파악 안된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및 정부의 각종 복지지출구조를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유능해도 능력이상의 지출을 오래 끌고 갈 수 없다.

"아랫목이 따뜻해지면 윗목도 머지않아 따뜻해질 것"이라는 말에 기대를 걸던 서민층은 아랫목이 식고 있는 걸 보면서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영국 대처 총리는 아랫목이 따뜻하고 윗목이 차가운게 시장경제라면서 겨울을 잘 견뎌야 봄이 온다고 했다.

원칙에 어긋나는 인기영합주의 정책이 몰고 온 남미의 교훈을 읽어야 한다.

인기에 영합하는 지도자는 시장경제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없는 법이다.

새뮤얼슨은 이런 얘기를 했다.

자기 부인은 무릎이 좋지 않지만 진통제를 쓰지 않는단다.

진통제를 쓰면 고통은 없앨 수 있으나 무릎에서 느낄 수 있는 신호를 무시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자칫 무릎을 완전히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경제에 빨간 불이 켜진지 오래됐다.

고비용.저효율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고 했던 90년대 초에 이미 그 신호를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런데도 그 등불 아래서 축제를 했다.

의보재정 파탄도 그런 행태의 연속에서 나타난 결과의 하나다.

정부의 잘못은 좋은 일 한다는 명분에 도취돼 비판의 소리를 외면한데 있다.

이번 일도 장관 바꾸는 것으로, 또 새 장관의 어떤 소신이나 구상만으로 일이 수습되는 것은 아니다.

복지사회로 가는 길을 튼튼히 다지려면 기본부터 지켜야 한다.

기본은 간단하고 단순하다.

복지보다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경제의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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