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를 추진중인 한국통신공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한국통신 민영화방안은 초기에 소유분산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한 후 여건이 성숙되면 시장에서 지분매입을 통한 소유 집중,소유자 경영체제를 허용하는 형태로 제시됐다.

''여건이 성숙되면''이란 단서를 달기는 했으나 ''주인있는 경영체제''를 용인할 뜻을 처음으로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이처럼 지배구조에 대해 보다 진전된 입장이 나옴으로써 한국통신 민영화에 대한 국내외 투자가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 정부는 지금까지 한국통신의 지배구조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해 왔고 이는 광범한 소유분산을 통한 ''주인없는 민영화''로 해석돼 왔다.

특혜시비와 경제력 집중문제를 생각했을 때 시가총액 2위,자산규모 재계 6위의 한국통신을 특정 대기업에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이러다 보니 지분투자보다는 경영권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대기업들의 관심은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총 발행주식의 14.7%인 5천97만주에 대한 지난 2월의 경쟁입찰은 실패로 끝나 불과 1.1%인 3백33만주를 매각하는데 그쳤다.

이에따라 정부는 한국통신의 민영화는 물론 매각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도 지배구조의 형태에 대해 보다 진전된 입장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어떤 지배구조 구상하고 있나=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초기단계 지배구조는 외국의 유수 통신업자를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인 후 국내 대기업과 ''과점주주''를 형성하는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동일인 소유지분제한 15% 범위내에서 외국의 유수 통신사업자와 1∼2개의 국내 대기업이 공동으로 경영권을 장악하는 형태가 그것이다.

이 경우 정부입장에서는 한국통신을 외국인에게 완전히 넘겼다는 비판과 특정재벌에 넘겼다는 비판도 함께 면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의 전략제휴 업체로서도 국내 대기업이 사업 파트너로 참여함으로써 경영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국내 대기업 입장에서는 외국 전략제휴업체와 유사한 수준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향후 경영권 인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따라서 초기단계에서의 과점주주에 의한 지배구조 형성은 정부,외국인 전략제휴 업체,국내 대기업 등 민영화 관련자 모두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게 돼 실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분매각 관전법=정부의 지배구조에 대한 구상은 정부보유 한국통신 지분 57.9% 매각방식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 방안에서는 올 상반기중 31% 지분을 해외매각하고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 26.9%를 국내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매각과 관련해서는 전략사업자에게 15% 한도를 두되 모두 15∼20% 지분을 매각하고 이어서 나머지 11∼15%를 주식예탁증서(DR)방식으로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해외전략 사업자가 1개 사업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략사업자에는 15%의 한도를 두었지만 최고 20%까지 해외에 매각한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국내매각과 관련해서도 과점주주 형성이 가능하도록 해외 전략사업자와 동일한 수준의 지분을 한꺼번에 묶어서 매각하는 블록세일(Block Sale) 방식을 취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분산매각으로는 국내 대기업이 과점주주로 참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정부로서는 과점주주권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해외 전략자 사업자에 대한 지분매각 규모와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이는 국내지분 매각방식을 보면 한국통신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구상이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해외 매각시기를 올 상반기로 스스로 못박는 것은 협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세계증시 추락과 IMT-2000사업에 대한 회의론으로 세계 통신주가 동반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쫓기듯 해외매각을 추진할 경우 두고두고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최경환 전문위원·經博 kgh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