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에 세계경제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덮쳤다. 매도물량이 봇물 터진 듯 쏟아져 뉴욕증시의 심리적인 지지선을 다시 무너뜨렸다. 나스닥지수는 2,000 아래로 물러섰고 다우존스 지수는 10,000을 내줬다.

피치(옛 피치IBCA)가 19개 일본 은행에 대한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데다 골드만 삭스는 도이치방크 알렉스 브라운, 소시에테 제네랄 등 유럽 6개 은행의 투자등급을 낮췄다. 세계 금융시스템 마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금융주가 급락, 다우존스 지수를 300포인트 넘게 떨궜다.

14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17.34포인트, 3.08% 폭락, 9,973.46에 장을 마쳤다. 5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10월 18일 다우존스 지수는 9,975.02를 기록했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1,166.71로 30.95포인트, 2.58%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1,972.09로 마감, 42.69포인트, 2.12%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오전 한때 컴퓨터 등 업종의 강세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이내 주저앉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55% 하락, 낙폭이 크지 않았다. 델 컴퓨터, 애플, EMC 등 컴퓨터 관련 종목은 각각 1.8%, 4.5%, 3.5% 상승했다.

J.P.모건 체이스, 시티 등이 7% 넘게 떨어지는 등 금융주가 장을 아래로 몰고갔다. 은행에서 비롯된 하락세는 소비재, 유통, 제약 등 이른바 ''경기를 타지 않는'' 업종으로 번졌다. 맥도널드는 이번 분기 결과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0.9% 하락했다.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IBM, 인텔 등 대표주가 대부분 약세에 머물며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컴퓨터, 반도체 등 업종을 하락세로 밀어넣었다. 통신장비 및 단말기업체 가운데는 주초에 실적부진을 예고한 에릭슨이 10% 넘게 하락했고 추가감원 7,000명을 계획중인 노키아는 1.1% 하락하며 선방했다.

개장전 발표된 기업재고는 1월중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금리인하에 기댄 매수세를 부르지는 못했다. 경기둔화가 금리를 큰 폭 낮추도록 할 테니 주식을 매수하라는 일부 투자전략가의 조언이 설득력을 상실한 것.

그러나 메릴 린치의 투자전략가 크리스틴 칼리스는 이날도 분석자료를 통해 "매도바닥이 가까웠노라"고 ''예언''했다. 그는 주요 근거로 "금융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음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을 구하러 나설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중앙은행이 언제나 얽힌 실타래를 풀지는 못한다는 점은 접어둔 채. 전날 칼리스는 "FRB가 미국 경제가 반등하도록 받침판을 까는데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