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 업체인 에스피아(대표 김낙기)는 벤처투자가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해 6월 1백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산은캐피탈 현대투신 삼성생명 14개 기관이 투자했다.

이 회사의 CFO(재무담당최고임원)인 유인호 상무는 "투자기관을 골라서 돈을 받았다"며 "필요한 자금만 받기위해 다른기관에는 투자제의를 고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투자기관들이 이 회사의 투자에 앞다퉈 뛰어든 것은 기술력과 CEO(최고경영자)의 자질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측의 자평이다.

프론티어컨설팅으로부터 사업타당성 및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도 도움이 됐다.

이 회사의 투자사인 벨기에의 L&H는 세계적인 음성인식 엔진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국내에서 이를 응용한 전자장치 및 예약시스템을 독점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점이 평가받았다.

작년 5월 창업하면서 동시에 투자협상을 시작한 이 회사는 L&H코리아의 주요 연구인력을 영입한다는 전략도 함께 제시해 기술 상용화의 현실성을 높였다.

당시만 해도 김낙기(47) 사장이 L&H코리아 신규 사업개발본부의 부사장을 맡고있었다.

김 사장은 "음성인식 기술을 칩형태로 전자제품에 내장하는 응용기술을 갖춘 업체라는 점이 투자유치의 주요 포인트였다"고 강조했다.

음성인식을 PC상에서 구현하는 기술은 많이 나왔지만 칩형태로 상용화하면 TV VTR 에어컨 사무기기 차량용가전 등 적용범위가 크게 확대된다.

특히 세계 가전제품 시장을 석권하는 일본의 음성인식 기술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는 점도 투자에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 회사는 투자기관 관계자들 앞에서 모듈 형태로 개발한 음성인식 기술을 시연했다.

1.5초내에 발음되는 자신의 말을 단어 문장 관계없이 인식하는 것을 지켜본 참석자들이 회사의 기술력에 신뢰를 갖게됐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국내 가전 완구 자동차 업체들과 칩을 탑재한 제품의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시장에도 최근 현지합작법인을 설립해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미 일본 유수의 가전사인 T사와 음성인식 가전제품 개발을 위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이에따라 지난해 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올해엔 3백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20년 이상을 정보통신업계에 몸담아온 이력이 투자가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1977년 대우 전산실에서 시작해 힐튼호텔 초대 전산실장을 지낸 김 사장은 삼성SDS의 사업부장,고려제강그룹의 컴퓨터사업본부,한국NCR의 C&C사업부,정보통신 전문인력의 헤트헌팅업체인 HT컨설팅의 대표를 역임했다.

1999년 11월부터 L&H코리아에서 음성인식 기술의 국내외 시장진출을 위한 마케팅전략을 수립했다.

작년 5월 창업하면서 본사의 원천기술을 활용한 음성인식 상용제품 개발에 나섰다.

(02)6292-3300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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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투자했다 ]

1.독보적인 음성인식 기술력=음성인식 칩을 내장해 가전제품을 비롯한 사무기기 등을 작동시키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거의 없다.

2.탄탄한 영업력=다른 음성인식업체와는 달리 기술력과 함께 탄탄한 영업조직을 갖추고 있다.

삼성물산 대우전자 LG전자 등 대기업 출신의 해외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

3.미래지향적인 아이템=음성인식 기술은 미래를 이끌어갈 10대기술중 하나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컴퓨터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음성인식 기술 세계시장은 2001년 20억달러,2002년 30억달러,2005년 42억8천만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시장도 2002년에는 7천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정보통신진흥협회).

서영성 산은캐피탈 투자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