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설립 30년만에 처음으로 원장을 공채했다.

치열한 투표끝에 새 원장으로 선출된 사람은 강봉균(58) 전 재경부 장관.초등학교 선생님에서 장관으로, 이번에는 국책연구소 원장으로 뽑힌 관운이 있는 사람이다.

30년 공무원 생활에다 청와대 경제수석,재경부 장관 등 굵직한 정부 요직을 지냈고 민주당 총선 후보까지 지냈던 터라 과연 정치논리와 관치논리 배제가 가능할지가 관심거리다.

일부에서는 KDI원장 공모과정을 둘러싸고 ''정부의 KDI 길들이기'' ''이기호-진념-강봉균의 기획원 라인 구축하기'' 등 갖가지 의혹이 있었다.

강 신임 원장 스스로는 KDI의 정책비판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에 대해 "정치논리에 의해 훼손되는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판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반응은 "글쎄다"다.

정치논리는 그렇다 하더라도 더욱 걱정스런 것은 관치논리다.

최근들어 KDI는 정부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많이 냈다. 관료생활을 오래한 강 원장이 자유스런 연구분위기를 통제하려 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KDI 내부에도 적지 않다.

강 신임원장은 경제관료로 일하면서 그동안 원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원장 선출 과정이 공정했고 강 신임원장이 "국가의 경제정책 수립과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KDI의 설립 목적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 수 있다면 그가 관료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부감을 갖는 것은 합당치 않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KDI가 어떤 비전과 방향성을 갖고 정책 입안에 기여할 것인가다.

"순수한 경제 논리에 입각해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강 신임원장의 첫 작품을 기대해 본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