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칠레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논의가 ''결렬이냐 정치적 타결이냐''의 중대 기로에 섰다.

4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등에 따르면 한·칠레 양국 정부는 당초 5일부터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마지막(5차) 공식 협상을 갖고 협정 타결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공산품 및 농산물 관세인하를 둘러싼 첨예한 입장차이로 인해 협상 일정이 취소됐다.

양국은 이에 따라 공식 협상 대신 실무자 회의를 열어 의견 접근을 시도키로 했지만 의견절충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무산된 이유는 최근 칠레 정부가 주요 공산품에 대한 관세철폐 문제와 관련, 자동차 타이어 세탁기 냉장고 등을 협정 예외품목으로 인정해 관세를 계속 매기겠다는 새 제안을 내놓은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칠레 요구는 한국이 농축산물 분야에서 쌀 쇠고기 사과 배 등의 협정 배제를 요구하자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내용이 그대로 협정에 반영될 경우 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실익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칠레와의 FTA 체결은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통상현안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장점도 있어 현재로선 완전 결렬 여부를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칠레간 FTA 체결 논의는 99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네차례 공식 협상을 열어 의견 조율을 벌여 왔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