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량마저도 일본을 추월해 세계조선 시장에서 "수주량,건조량,수주잔량 최고인" 3관왕에 오르게 됐으니 말입니다"

가메이 일본조선공업회 회장이 지난해 10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국 일본 유럽 미국 4개국 조선 수뇌회의 석상에서 김형벽 한국조선공업협회 회장에 건넨 인사말이다.

김 회장은 "축하뒤에는 일본 조선업계의 위기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세계 조선 1위자리를 한국에 내준 일본이 업체간 통합 등 덩치키우기를 통해 ''뒤집기''를 시도하고 나서 한·일간 조선대결이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히타치조선과 NKK가 통합키로 최근 전격 합의했다.

내년 10월 출범할 두 회사의 통합법인은 매출액 1천8백억엔으로 미쓰비시조선에 이어 일본내 2위,세계 5위 조선소로 떠오른다.

일본에선 또 IHI,가와사키,미쓰이중공업도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 조선업계도 한국처럼 3대기업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 조선업계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사활을 건 비장한 결단''으로 풀이한다.

일본은 지난 99년 한국에 수주량 1위자리를 내준 뒤 지난해엔 더 뒤처졌다.

한국조선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1∼9월) 수주량 점유율(GT기준)에서 한국은 전년동기 대비 9% 증가한 48%인 반면 일본은 오히려 3% 줄어 28%로 떨어졌다.

더욱이 일본이 세계 1위를 유지해오던 건조량에서도 한국이 42%로 39%의 일본을 추월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일본 조선업계의 경쟁력 회복 노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통합을 통해 인원감축,공동 연구개발,구매비용 절감 등 부수적 효과는 얻을지 몰라도 노후화된 인력,높은 인건비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는 한국이 선주사의 요구조건에 딱 맞는 배를 만들어주는 유연한 설계와 건조능력에서 훨씬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저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일본조선 사양론''은 80년대부터 나온 얘기였지만 일본 조선업계는 지난 87년 조선불황 때 대대적인 통폐합과 설비감축을 통해 위기를 넘긴 경험을 갖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본의 경쟁력 회복은 구조조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달려있지만 한국이 만드는 배가 표준선형으로 자리잡는 추세여서 앞으로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일본 조선의 저력에 비춰 한국업계가 지나치게 방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