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업대출 시장이 꽁꽁 얼어 붙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말부터 경색되기 시작한 은행의 기업대출 관행이 올해 들어서는 더욱 까다로워져 기업들이 근 10년 만에 최악의 돈가뭄에 허덕이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등급에 못미치는 ''더블B''이하 기업들에 대한 은행권의 신규대출은 올들어 무려 40%나 격감했다.

은행들은 투자적격 등급에 못미치는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적격 등급인 대기업에 대해서도 신규 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의 연장마저 극도로 꺼리고 있다.

까다로워진 은행 대출 관행의 최대 피해자는 루슨트테크놀로지.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는 최근 65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들을 상대로 거의 ''돈구걸''을 하다시피 했다.

최근 루슨트의 신용등급이 비록 투자적격 등급 중 최저수준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회사 관계자들은 대출의 만기연장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대부분의 채권은행들이 대출연장을 꺼렸고 주거래 은행인 살로먼 스미스바니는 채권은행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느라 애를 먹었다.

루슨트의 채권은행중 하나인 와초비아의 기업대출 담당자인 존 매클린은 "주요 경제지표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며 이같은 은행들의 몸조심이 무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제록스처럼 한때는 대표적인 블루칩으로 꼽히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은행들이 더욱 몸조심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클린은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에 전보다 좀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신규 대출의 경우는 매우 세심한 조사를 한 후에야 대출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