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대통령들이 요즘 이상하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취임한지 겨우 한 달을 넘긴 대통령이다.

그러니 언론과 부시 대통령은 한참 ''깨가 쏟아지는 허니문중''이어야 한다.

TV의 머리 기사나 신문의 헤드라인은 부시의 것이어야 제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헤드라인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문이다.

이제는 역사의 뒷골목으로 사라져 주어야 할 클린턴이 중심무대에서 눈치없이 설쳐대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재임중 수많은 스캔들을 일으키며 탄핵위기까지 몰렸던 대통령이다.

뭔가 달라질 줄 알았던 클린턴이 이번엔 퇴임직전 탈세혐의를 받고 스위스로 도망가 살고 있는 금융가 마크 리치를 사면(赦免)해줘버린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리치의 전 부인인 드니스 리치가 클린턴에게 멋진 색소폰을 선물하는 장면을 연거푸 보여주며 그녀가 민주당은 물론 빌 클린턴 기념도서관에도 거액의 헌금을 한 것이 전남편 리치의 사면을 얻어내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클린턴의 망령을 하루 빨리 걷어내고 싶은 부시는 요즘 선거운동기간중 그의 최대 공약이었던 세금감면이라는 대형 ''정책현판''을 높이 치켜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들은 부시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 언론에는 1조6천억달러에 달하는 세금감면보다 공직자의 독직(瀆職) 여부가 더 큰 관심사인 것이다.

공직자에 대한 미국사회의 도덕적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클린턴은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검소한 자세와는 달리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금색으로 도배질한 초호화판 사무실을 개설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도망자 리치와 무언가 큰 뒷거래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의구심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재료였다.

국면전환이 필요했던 클린턴은 예정된 초호화판 사무실을 포기하고 맨해튼 북부 할렘으로 거처를 옮기겠다고 발표해버렸다.

빈민가 할렘 흑인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동물적 정치감각의 클린턴이 궁지에서 빠져 나와 오히려 더 화창한 ''검은 대지''로 나래를 펴고 날아오른 것이다.

이래저래 신문들은 부시를 헤드라인에서 밀어내고 클린턴을 올려 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김영삼 전대통령 또한 역사의 뒤안에서 조용히 있어야 할 대통령이다.

그는 회고록에서 현직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 "김대중 대통령이 나도 칼국수 좋아한다며 다섯번이나 면담을 신청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워싱턴을 방문, 특파원들에게 현직 대통령을 거론하며 "입만 벌렸다 하면 거짓말만 하는 천하에 못된 X"이라고 육두문자를 쓴 정도니까 그 정도 회고록 내용은 별 것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만히 있지 못하는 YS에게 ''법적대응, (회고록) 판매 금지가처분신청 등''을 거론한 청와대측의 대응 또한 낯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오늘(2월22일)은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생일이다.

미국 국경일인 ''대통령의 날''은 원래 오늘이지만 에이브러햄 링컨도 위대한 대통령에 포함시키고 3일간의 연휴도 만들겸 의회가 지난 1971년 ''2월 세번째 월요일''로 대통령의 날을 바꿔 버렸다.

그런 대통령의 날을 맞아 갤럽이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은 누구냐"고 미국인들에게 물었다.

사람들은 레이건 케네디 워싱턴 링컨을 차례로 꼽았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레이건에겐 동정표가 작용했겠지만 그가 좋은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태평양 건너 한국인들 마음속에 있는 위대한 대통령은 누구일까.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