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은행들은 IMF 관리체제 이후 지금까지 국민의 따가운 질책과 주목 속에서 구조조정을 지속해 왔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오랜 세월 은행 경영을 짓눌러 왔던 부실을 털어냈고, 공적자금의 투입과 합병으로 자본도 상당히 튼튼해졌다.

구석구석 숨어있던 비능률을 없애고 인력·조직을 최적화하기 위해 은행은 행원을 3분의 1을 줄였다.

심한 곳은 절반까지 감원했다.

이같은 노력은 앞으로도 생존차원에서 계속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은 글자 그대로 은행의 뼈대를 다시 만드는 하드웨어 구축작업이었다.

앞으로는 이 뼈대에 살을 붙여 몸체가 제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운영 시스템, 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할 단계다.

IMF 관리체제 이후 우리나라 은행의 대외신인도는 크게 추락해 아직도 ''국제경쟁력''은 얘기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은행 경영자가 되든,또 은행의 구조가 지주회사이거나 대형은행이거나 어떠한 은행이든, 우리 은행들은 모든 역량을 집중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첫째, 실추된 대외신인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한 재무관리''가 절대 필요하다.

우리 금융기관들은 지금까지 실시해온 구조조정 작업으로 어느 정도 투명한 재무구조를 이룩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손색없고 깨끗한 재무구조를 유지, 국제금융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또 공적자금 투입으로 튼튼해진 자본금 구조도 더욱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둘째, 선진경영 인프라구축에 나서야 한다.

은행은 지금까지의 고답적 경영구조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위험관리 기법, 수익구조 개선, 영업 기법, 인사 관리를 포함한 경영자원관리 등 선진국 은행들이 쓰고 있는 최신의 첨단 경영기법을 도입,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한다.

셋째, 글로벌 경영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현재 금융권에는 글로벌뱅킹시대를 열어갈 인재가 절대 부족하다.

금융계는 인재 양성을 핵심과제로 인식,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 적극 실천해 나가야 한다.

특히 선진은행들과의 기술 격차를 메우기 위해 지금 당장 선진국의 전문인력을 유치해야 한다.

이들 금융선진국 전문인력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로부터 경영기법을 전수받아 우리 것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미 일부은행은 미국과 유럽의 금융계에서 전문인력을 영입했고,앞으로도 필요한 인력을 더 유치할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혈연 학연 지연 등의 고질적 병폐인 ''연고주의''를 척결, 은행간 또는 다른 금융업종간 인사교류를 촉진해야 한다.

나아가 필요하다면 비금융업종과의 교류도 이루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국제신인도를 회복한다해도 우리 은행들이 당장 선진국 은행들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는 어렵다.

대신 우리가 보다 잘 아는 시장,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시아지역 시장에선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국제 틈새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금융은행들은 아시아시장을 상대로 한 ''지역초우량은행(Super Regional Bank)''에 도전해 볼만하다.

현재 아시아지역의 많은 나라에서 은행들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중국이나 태국 인도네시아는 물론 ''아시아의 금융시장''이라는 싱가포르 홍콩, 그리고 세계경제의 한 축을 자처하는 일본까지도 우리 은행처럼 신속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해 ''지역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다.

필자의 이같은 관점은 아시아개발은행 총회 등 국제금융회의에 참가한 많은 전문가들의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속도감이 있다.

또 연대감도 있다.

이제 마지막 단계의 구조조정을 확실하게 마무리짓고 우리 기업금융은행들이 공동으로, 또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일본이나 중국 또는 동남아은행들과 아시아지역 경제현장에서 경쟁한다면 승산이 있다.

jmkiam@hanvitba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