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전에 ''비판(批判)''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따져 말함'' ''(철학) 사물의 의미를 밝혀서 그 존재의 까닭을 이론적 기초로 판단함''으로, ''비난(非難)''은''남의 잘못을 책잡음'' ''(남의 잘못이나 흠 따위를) 책잡아 나쁘게 말함''으로 풀고 있다.

''비판''은 철학적이며 긍정적인 뜻이고, ''비난''은 세속적이며 부정적인 뜻임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어떤 이코노미스트가 오찬모임에서 "현 경제팀은 시장상황에 따라 단기적인 미봉책을 내놓기에 급급할 뿐 근본적인 경제수술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자금시장이 풀리고 있다지만 이는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 경제구조가 병든 상태인 만큼 경제팀은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시스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은행은 돈을 수집하는 기능만 담당했을 뿐 배분 기능은 정부가 맡아 왔다. 이같은 관치금융 상황에서 어떻게 시장경제를 말할 수 있느냐" "소련이 침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경제관료들이 과거의 관행에 젖어 변화를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경제관료가 변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라고 현 경제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보도됐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 경제팀은 무엇보다 시장경제시스템으로 변화시키는데 주력해 왔는데 ''비난''의 도가 지나친 것 같다" "사외이사제도를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기준을 엄격화하는 등 그동안 추진해온 금융.기업 구조조정은 개혁이 아니고 뭐냐. 그런 노력과 변화를 전혀 인정치 않고 말 한마디로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은 경제를 추슬러야 할 때이지 어려운 기업을 무조건 부도내는 과감한 수술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끈하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았던 회사채 신속인수방안에 대해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반시장적 조치가 아니며 구조조정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어떤 신문에서 ''해명''했다.

외환위기 직후 1998년 대규모로 발행된 회사채의 만기가 올해 집중적으로 도래하고, 투신사.은행신탁은 제 기능을 못하고,은행은 개인대출과 국공채인수에만 열중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고비만 넘기면 회생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도 시장이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경제는 누가 맡아도 묘수는 없다.

어떤 뛰어난 경제팀이라도 우리경제를 생각대로 끌고 가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고 해외변수가 너무 많다.

현대전자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경제를 끌고 가기는 어렵다.

경제는 시장참여자들의 사실인식과 의사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이 실패한 경우, 정부는 방관자일 수 없다.

정부의 정책이 나오면 쏟아지는 의견들 중에서 무엇이 ''비판''이고 ''비난''인지 분간이 어렵다.

사실을 잘못 알거나 잘못만 꼬집어 나쁘게 말하면 ''비난''이 되고, 사실인식은 바로 하고 방법과 선택에서 의견이 다른 경우는 ''비판''이 될 것이다.

여러가지 의견들중 사실을 잘못 알거나 잘못만 꼬집는 비난도 많고, 도가 지나쳐 비난 같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언제나 반대의견을 내는 ''습관성'' 비난도 있고, ''내가 하면 투자요,남이 하면 투기''라는 사고방식도 엿보인다.

회사채인수시장이 붕괴된 상태에서 정부가 나서는 것은 불가피하다.

외국전문가들도 올해에 만기가 집중되는 64조원의 회사채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사채 신속인수방안이 나온 후 20% 전후이던 BBB등급의 회사채 차환발행률이 지난달에는 60% 정도로 올랐고, 투신사와 은행신탁의 수신도 크게 늘어나 금융시장의 경색이 풀리고 있다고 한다.

회사채 신속인수방안에 왜 산업은행이 나서야 하는지, 현대를 지원해야 되는지는 방법과 선택의 문제이고 회사채의 인수대책이 필요한지 여부는 사실인식의 문제다.

방법과 선택을 말하는 것은 ''비판''이겠지만 없는 시장을 두고 시장에 맡기라는 것은 ''비난''이 된다.

''비난''은 사실을 밝히는 ''해명''이 약이고 ''비판''은 고까워도 ''경청''하는 것이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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