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죌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상원인준 청문회에서 현대전자의 회사채 인수문제와 철강수입 규제문제를 공식 거론하고 나섰다.

죌릭 지명자의 언급이 당장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사전 경고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이나 향후 미국의 대한 통상공세가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어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부시 행정부가 취임하면 대한 통상공세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진작부터 있어 왔다.

이런 전망은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주의에 입각한 시장개방 노선을 취해온데다 미국의 계속되는 무역수지 적자확대와 경기침체 가속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4천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이고,금리를 1개월내에 1%포인트나 인하하는 등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급격한 침체는 이제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무역적자 축소와 내수부진 타개를 위해 시장개방 요구를 확대하는 한편 공정무역을 이유로 수입제한을 강화할 것이 뻔하고 이경우 한국이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때 적자를 보였던 대미 무역수지가 환란이후 큰 폭의 흑자를 보이고 있는데다 대미 수출증가가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특정품목에 집중돼 있어 통상마찰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죌릭 지명자가 언급한 현대전자 문제만 하더라도 ''특정성''과 ''지원성''면에서 WTO 보조금 규정과 관련해 문제가 될 게 없는데도 굳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경쟁업체인 마이크론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편 향후 통상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철강의 경우 자국업체의 도산직면으로 긴급 수입제한조치인 ''슈퍼 201''발효를 검토하고 있어 국내 철강업체들의 미국 수출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도 한·미간에는 스크린쿼터 철폐,지식재산권 우선협상국 지정 가능성,한국내 외제차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정부조치 요구 등 통상과 관련한 수많은 불씨를 안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대미 통상마찰 예방을 위한 외교노력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시장마비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WTO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설명해 이해를 구하는 한편 환란이후 우리가 기울여 온 시장개방 노력을 집중 부각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미 통상마찰로 우리 경제의 유일한 돌파구인 수출이 차질을 빚어서는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