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증권투자자문업계의 아시아통으로 이름난 마크 파버(사진)박사는 미국의 금리인하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한국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파버 박사는 홍콩을 중심으로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증시에 투자하려는 국제펀드 등에 투자자문을 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파버 박사는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2001 포트폴리오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한국경제와 증권시장''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감이 후유증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컨퍼런스는 증권업협회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서울재팬클럽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것이다.

이날 파버 박사는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경제적인 필요성에 충실하지 않고 무원칙하게 결정되고 있다는 우려감이 있다"고 전하며 "이런 무원칙한 미국의 금리인하는 미국 주식시장엔 물론이고 한국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금리를 낮출 경우 당초 생존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들을 회생시키는 기회를 주게 되며 결과적으로 개별회사의 부실구조가 장기화되면서 국가 부담이 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실례로 금리인하가 만병통치약이라면 세계적으로 금리가 가장 낮은 일본을 비롯해 70∼80년대 지속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남미국가들이 가장 부흥한 국가가 됐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파버 박사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파버 박사는 "70년대 7천억달러에 불과하던 세계 채권시장이 오늘날 35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등 자본시장이 실물시장에 비해 고평가돼 있는 상태"라며 "지금은 자본의 공급과잉 상황(버블이 터지는)으로 이번같은 미국의 금리인하 정책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