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들에 에워 쌓인 넓은 분지의 깎아지른 듯한 벼랑 위에 커다란 바위가 모여 멀리서 보면 넓은 이마와 기다란 콧마루와 큰 입술을 가진 장엄하고 신성한 모습의 큰 바위 얼굴이 있었다.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큰 바위 얼굴을 닮은 한 아이가 이 고장에서 태어나 위대한 인물이 되어 돌아온다는 전설을 믿으며 통나무집에서 어머니 일을 도우면서 큰 바위 얼굴을 스승 삼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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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다리던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고 믿었던 사람이 세 번이나 왔지만 모두 실망만 주었다.

처음, 재산을 모두 헤아리는데도 백년이나 걸릴 부자가 되어 돌아온 개더골드(수전노)는 많은 재산을 날려보낸 후 해골 같은 얼굴로 땅에 묻혔다.

다음 유명한 장군이 되어 돌아온 올드 블러드 앤드 썬더(피와 우레)는 머리카락 하나도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고 마을 사람들이 잔치를 벌였지만 전쟁에 지친 사람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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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어니스트가 고귀하고 겸손한 중년으로 성장한 어느 날,말을 하면 틀린 것도 옳게 보이고 옳은 것도 틀리게 보이며 능력도 출중하여 대통령 감으로 추앙 받는 정치가가 되어 돌아온 올드 스톤 페이스(바위 같은 얼굴)는 쌍둥이 같이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진실은 어둡고 공허한 사람이었다.

세월이 강물처럼 흐른 어느 날,호수를 노래하면 천사의 미소가 수면 위에 빛나는 천재적인 시인이 고향에 돌아와 선한 행동으로 이룩된 삶과,성스러운 사랑과,많은 지혜로 마을사람들에게 큰 감화를 주는 백발이 흩날리는 어니스트를 만났다.

시인은 이 사람이야말로 벼랑 위의 장엄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이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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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모든 사람들도 예언이 이루어졌다고 믿었지만 어니스트는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자기보다 현명하고 훌륭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여전히 기다리며 살았다"

중학교 시절 우리들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던 나다니엘 호돈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의 이야기는 21세기를 맞은 우리에게 구름 속에서 쏟아 내리는 한 가닥 햇살 같은 영감을 던져 준다.

지금 많은 나라 지도자들은 새로운 21세기를 맞으며 국민들에게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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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신 산업 발전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해 15개의 신규 유망성장산업 육성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고,미국은 ''대통령 산업경쟁력위원회''를 중심으로 전자상거래의 종주국이 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도 ''High-tech Island''를 목표로 10개 유망산업의 육성을 6개년계획으로 추진할 것을 발표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돈다고 했다.

백년 전 20세기가 시작될 때 일본은 명치유신을 통해 부국강병으로 매진할 때 우리들은 수구파와 개화파로,친일파 친청파 친미파 친로파로 나누어 싸우다가 나라마저 잃고 말았다.

21세기가 동이 튼 지금 우리는 지구에서 유일하게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남쪽은 미국 일본과,북쪽은 중국 러시아와 연합하여 대치하고 있다.

비전이나 전략은 커녕 ''안기부 자금''으로 새해를 맞은 우리들의 정치는 서로를 치고 받는 패도로 줄달음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 북쪽에는 참혹한 어둠이 드리우고 있다.

백년 전 서양이 바다로 군함과 대포를 앞세워 동서양의 문명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낙오하였다면 지금은 하늘로 인공위성과 인터넷을 타고 동서양의 문화가 통합되어 가는 과정이다.

하드웨어 문명이 소프트웨어 문화로만 바뀌었지 상황이 비슷하다.

IMF사태 때 한국에 진정으로 부족한 것은 달러가 아니라 리더십이라는 말을 들었다.

리더십은 정직과 자기 희생에서 생기고, 지식보다 지혜를 앞세워야 한다.

개더골드 같은 기업가나,올드 블러드 앤드 썬더 같은 장군이나,올드 스톤 페이스 같은 정치가들로 우리의 미래는 없다.

어니스트 같이 지혜롭고 따뜻하고 겸손한 우리들의 ''큰 바위 얼굴''이 그립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