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세계 경제선진국에 드리운 그림자가 걷힐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부시 행정부도 경기둔화,심지어 경기침체(recession)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제2위 경제대국인 일본도 경제침체의 문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유럽국가들의 경기전망이 더 희망적이다.

둔화징후가 가장 뚜렷한 곳은 미국이다.

그리고 미국경제에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빚의 덫(debt trap)''이다.

좀더 단순하게 말하면 미국이 10년전 버블붕괴후 소비부진 등으로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경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금리인하로 올 하반기에는 미경기가 회복세로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미경제가 일본경제의 몰락과정을 답습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두 나라의 경제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두 나라의 경제상황이 다른 건 사실이다.

미국의 은행들은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의 일본 은행에 비해 훨씬 건전하다.

지난 1980년대 일본의 투자와 증시붐이 ''일본이 새로운 경제룰을 발견했다''는 잘못된 생각에 바탕을 두었다면 하이테크혁명이 주도한 미국의 빠른 생산성 향상은 좀더 현실적이다.

지난 10년간 일본의 부진한 경제성장은 버블붕괴 자체보다 정책오류에 기인한 면도 크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도 불구,오늘날의 미국과 지난 89∼90년의 일본은 유사점이 너무 많다.

최대 유사점은 무엇보다 지난 10여년간 일본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뜨린 주범인 ''과도한 빚''이다.

본지의 최근 조사는 미국 금융기관들이 기업채무증가로 얼마나 심각한 위험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기업대출보다는 가계대출이 더 문제다.

지난해 주가가 정점에 달했을때 미국 한 가구 평균 주식투자자금은 가처분소득의 1백75%에 달했다.

가처분 소득의 두배 가까운 돈을 주식에 투자한 셈이다.

이는 일본 증시가 피크에 달했던 89년 주식투자자금이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0%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거품이 붕괴되면서 일본인들이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였듯이 같은 현상이 미국에서도 일어날 위험이 있다.

대부분의 미국 개인투자자들과 기업들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서 차입을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 증시폭락으로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빚더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채무증가가 자산가치 증가 속도와 일치하기 때문에 개인부문의 재무제표가 아직 건전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자산가치가 붕괴되기 직전인 8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일본 가계의 재무제표는 건전했다.

이런 점에서 미국 경제의 거품이 일본보다 덜 하다는 평가는 재검토돼야 한다.

90년대 초반 자산가치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채무가 크게 늘어났던 영국과 스웨덴이 심각한 장기침체를 경험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물론 미국은 풍부한 자금력과 재정흑자,상대적으로 월등히 높은 금리 등으로 일본에 비해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한 정책수단이 많다.

일본도 지난 90년에는 금리가 높았고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흑자 비율도 오늘날의 미국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금리인하 시기가 너무 늦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주에 금리 추가인하 여부를 결정할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일본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너무 빨리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면 거품을 확대시켜 더 심한 경착륙과 달러폭락을 초래할 수 있고,시기를 놓치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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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1월27일자에 실린 ''Debt trap''이라는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