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만들때 쓰는 전해동박(구리박막)은 현재 전량수입해 쓰는 원자재다.

문제는 이를 사용하려면 롤형태로 감겨진 전해동박을 원하는 만큼 잘라야 하는데 이게 쉽지않다.

절단면이 매끈해야하고 이물질이 붙어도 안된다.

세계에서 일본의 한 업체만이 이렇게 가공하는 이른바 슬리팅(slitting)기술을 갖고있다.

그래서 잘라진 형태로 수입되는데 이 가공비가 원자재 수입비용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독점기술이 갖는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 국내 반도체업계는 이 가공비를 절반이나 줄일 수 있게 된다.

경기도 시화공단의 한 중소기업이 이 기술을 개발,관련 장비를 생산하게 됐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자성 복합소재 업체인 세전산업(대표 권정호).

슬리팅 기술을 빼고도 이 회사가 올해 국산화할 신기술은 3건에 이른다.

자성을 차단하는 도료 형태의 물질 개발은 정밀전자 및 계측기기 업계에서는 희소식으로 받아들인다.

정전기를 막고 전자파를 차단하는 투명전극의 국산화로 브라운관이나 LCD(액정표시장치)등 영상표시장치 업계는 비용절감을 할 수 있게 됐다.

반월공단 유통상가의 10평 사무실을 빌려 창업한지 10여년.

권정호(41)사장의 기술개발 노력이 최근들어서 결실을 맺기 시작하고 있다.

권 사장에게 기술은 생존의 문제였다.

"남들이 따라오기 힘든 기술을 가져야 합니다.확보하기는 어렵지만 궤도에 오르면 생명이 긴 안정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가 매출액의 10%를 기술 개발에 쏟아부어온 이유다.

특수자석인 본디드마그넷을 창업 아이템으로 정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고분자폴리머를 강자성체와 섞어서 만드는 본디드마그넷 시장에 뛰어들 때만해도 이 품목은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자석시장의 40%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품목이 됐다.

기술흐름을 꿰뚫고 모험을 건게 주효한 셈이다.

삼성SDI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일본의 도시바와 유럽지역에 이 특수자석을 수출함으로써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이 회사 매출의 40%가 수출이다.

이 회사는 오는 3월부터 올해 플라스틱마그넷 컴파운드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본디드마그넷 분야에서만 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전체 매출(30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 신기술 상용화로 거둘 매출액까지 감안하면 이 회사의 올해 매출목표는 1백20억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본디드마그넷은 재료 화학 금속 전자 등의 원천기술이 요구되는 복합소재"라고 말하는 권 사장은 "올해 상용화하는 기술도 대부분 파생기술이며 본디드마그넷의 자기적 특성과 정밀도를 높이는 기술개발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031)497-5000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