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해 정책협조대출에 따른 부실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을 골자로한 금융감독원의 ''여신 취급자 면책 기준''은 지극히 당연한 정책방향이라고 본다.

긴급한 사정에 따라 협조대출이 이루어졌다면 여기서 발생한 부실을 이유로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것은 굳이 규정과 기준이 없더라도 백번 정당한 일이다.금융기관 임직원들이 과도한 사후책임을 의식해 기업 대출을 극력 사려온 것이 사실이고 이것이 금융시장 경색을 심화시켜 왔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최근의 일만 하더라도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와 관련해 제일은행등 일부 금융기관의 강력한 반발이 없지 않았고 대우채 인수나 11.3퇴출 당시 회생기업에 대한 지원문제를 놓고 당국과 금융기관들 간에 적지않은 갈등이 불거졌던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 때문에 ''협조융자, 곧 관치금융''으로 인식되기도 했고 지난해엔 금융노조 파업의 주된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던 것이다.

당국이 다양한 시장 안정책과 더불어 ''여신 취급자 면책 기준''을 분명히한 것은 그런 면에서도 비교적 현실감있는 접근이라고 본다.

그러나 협조융자 면책이 비록 당연한 조치라고는 하더라도 협조융자 자체의 남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자칫 당국과 금융기관의 도적적 해이를 제도화할 가능성도 적지않다는 점은 분명히 지적될 필요가 있다.

당국은 금융애로가 발생할 때마다 손쉬운 협조융자에 기대려 할 것이고 금융기관 역시 특정 기업에 대한 개별 책임을 전체 금융권의 공동 책임으로 전가시켜갈 유혹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크건 작건 협조융자 러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말이다.

협조융자와 더불어 제시된 다양한 다른 면책 조항들 역시 문제는 없지 않다고 본다.

당국은 ''수출 급감 등 급격한 경기후퇴'' ''예측 불가능한 대외 경제 여건의 변화''등도 면책 조건에 포함시켰으나 이들 조항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 될 가능성을 언제든 안고 있다.예를 들어 ''세계경제의 급격한 악화로 국제유동성이 악화된 경우''라면 바로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를 상정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외환위기 당시의 모든 부실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봐야할 것이다.

논란 끝에 마련된 이번 ''면책 기준''이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영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하겠고 특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협조융자 등은 신축적이면서 동시에 최소한에서 발동되는 당국의 절제가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