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한시간 가량 차를 몰면 아몽크란 마을이 나온다.

얼핏보면 여느 시골마을처럼 한적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마을은 주변 사람들에게 "IBM촌"으로 더 알려져 있다.

마을 구석구석에 IT(정보기술)업계 최대 거인인 IBM의 본부 건물들이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 버티고 있어서다.

IBM.

e비즈니스의 대명사인 이 회사의 최고 자랑거리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루 거스너 회장이었다.

그는 지난 93년 빈사상태에 빠진 ''빅블루(Big blue.IBM의 애칭)''를 부활시킨 주인공이다.

그러나 요즘 IBM의 자랑은 "웹채널"(www.ibm.com)이다.

IBM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전자상거래로 전환시킨 이 웹채널이 생긴 것은 6년전.

99년의 경우 1백48억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여 전년에 비해 4백4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급속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IBM 전체 수익의 20~30%에 해당한다.

웹채널 운영을 맡고 있는 더글러스 메인 총괄 부사장은 "웹채널 영업의 유일한 걸림돌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직접 마주보고 업무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웹채널 비즈니스는 앞으로 아주 빠르게 성장할 분야"라고 확신한다.

현재 IBM은 판매는 물론 구매 사원교육 고객서비스 지식경영 등을 모두 웹을 통해 처리한다.

6천7백개가 넘는 공급업체를 자사 전자구매 시스템으로 흡수해 매년 2억7천만달러의 경비를 줄이고 있다.

13만5천명의 직원 교육과정중 4분의 1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한 경비 절감액도 매년 2억달러가 넘는다.

IBM의 최대 주력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고객지원서비스는 99년 기준으로 4천4백만명의 개인 고객과 1만4천여개의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고객을 e비즈니스화하기 위해 우리부터 e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거스너 회장의 혁신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IBM e비즈니스의 출발점은 지난 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사의 구조는 "복잡한 미로"였다.

1백60여개국에 40만명의 직원이 있었고 사업부문만도 20여개에 달했다.

각각의 사업조직은 저마다의 기술지원 회계 제조 임금체계를 갖고 있었다.

생산되는 제품만도 하드웨어 5천개, 소프트웨어 2만여개에 달했다.

이런 복잡성은 비효율을 야기했다.

91년부터 93년까지 무려 1백6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IBM이라는 회사는 하나였지만 IBM은 하나가 아니었으며 이를 통합할 구심점이 없었다.

"ONE IBM"이라는 IBM의 e비즈니스 모토는 그래서 생겨났다.

당시 IBM은 2백80억달러를 투입해 11만7천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단순과 통합을 전제로 핵심 프로세스를 재설계했다.

1백55개의 데이터센터를 25개로 합병했고 31개의 분리된 네트워크를 단일화된 글로벌네트워크로 대체했다.

기술적으로는 네트워크 중심의 컴퓨팅, 로터스 노츠(그룹웨어의 일종으로 IBM의 지식경영 기반), 그리고 인터넷 기술을 e비즈니스의 비전으로 삼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내 e비즈니스의 뼈대인 IT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독일의 유명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의 ERP(전사적 자원관리)를 도입한 것이다.

"직접 만든 것만 쓴다"는 IBM의 오랜 편견을 포기한 것이다.

필립 톰슨 부사장은 "고객과 회사를 위해 시장의 선도 제품을 과감히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며 "회사의 핵심 역량을 파악하고 그곳에만 집중하는 것도 e비즈니스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IBM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하드웨어 회사이자 IT서비스 회사다.

게다가 소프트웨어나 컴퓨터 주변기기 등 컴퓨터 관련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규모와 기술을 자랑한다.

당분간 라이벌이 생기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는 IBM은 이제 "웹"이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장착했다.

e비즈니스로 스스로를 변화시킨 IBM에 남은 일은 이제 전 세계 모든 기업을 자신의 손으로 e비즈니스화시키는 것일 게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