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D모니터 빅3와 거래를 시작하는 해가 되도록 하자"

이디텍 임철호(55) 사장이 지난 2일 시무식에서 13명의 전직원을 모아놓고 다짐한 올해 포부다.

LCD모니터의 핵심 칩으로 화면에 화상정보를 뿌려주는 이미지프로세서를 국산화한 이 회사가 설정한 올 목표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세계 최대의 이미지프로세서 업체로 우뚝 설 수 있는 초석을 다진다"(임철호 사장)는 점에서 그렇다.

삼성 LG 현대전자의 LCD모니터용으로 이 칩을 납품하는 것으로 이 회사는 세계 LCD모니터의 40%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게 된다.

임 사장은 "국내 LCD모니터 업체들에만 전량 공급해도 이미지프로세서 분야에서 세계 최대 업체가 된다"고 말했다.

그가 이미지프로세서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도 이같은 수급구조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국내 3대 LCD모니터업체에 이처럼 애착을 갖는 이유는 이들 업체가 국내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나 거래를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 대기업은 지금까지 써온 외국산 부품을 고집하고 있다.

바꿔 생각하면 공략대상이 분명하고 거래가 성사되면 빠른 시일내에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임 사장은 중소 LCD모니터업체를 먼저 공략, 신뢰도를 쌓는 방법을 택했다.

작년 7월 이미지프로세서를 첫 상용화한 이 회사는 사업시작 반년도 채 안돼 거래기업이 아비트론 등 20여개사로 부쩍 늘었다.

국내 중소 LCD모니터 업체중 90% 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한 셈이다.

이에따라 이 회사 칩의 신뢰도도 높아졌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목표를 1백50억원으로 설정했다.

작년 실적치(5억원)보다 무려 30배 늘려 잡은 것이다.

대기업으로부터의 주문은 물론 수출도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대만의 LCD모니터 업체들과 주문량 등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중이어서 상반기중 첫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임 사장은 기대하고 있다.

대만업체들은 세계 LCD모니터의 45%를 공급하고 있다.

이미지프로세서의 고객이 몰려 있는 또 다른 황금어장이라는 얘기다.

이디텍의 경쟁력은 물론 기술력에서 나온다.

외산에 뒤지지 않는 가격대비 성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한데다 PDA와 같은 소형 단말기를 비롯한 IMT 2000 단말기용 이미지프로세서 개발도 시작했다.

창업초 5명이던 기술인력이 9명으로 늘었다.

올해에만 10명의 기술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의 주역은 공장없는 비메모리 반도체기업들이었다"

내셔널세미컨덕터 LG반도체 등을 거치면서 ASIC(주문형반도체) 시장의 높은 성장성에 눈을 떴다는 임 사장.

지난 98년 52세의 나이에 늦깎이 창업을 결행한 그는 세계를 제패할 비메모리반도체 기업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