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적자사업인 금강산 관광사업의 수입원으로 큰 기대를 걸었던 "금강산 해상호텔 카지노" 사업이 사실상 물건너갔다.

통일부는 9일 "현대측이 "내부사정"으로 카지노사업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통일부는 "현대가 다시 신청해 오면 승인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상의 반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강산사업은 지난 98년 11월 첫 관광선이 동해항을 출항한지 2년여만에 중대 기로에 놓이게 됐다.

신청서를 냈던 현대상선은 이날 "자진 철회"에 대해 "심사기한 만료일인 이날까지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하면 앞으로는 다시 재심을 받을 수 없는 사정을 감안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금강산 사업은 관광객들이 내는 관광료 외에는 이렇다할 수입원이 없는 취약한 수익구조 때문에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만성적인 적자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현대가 우선 해상호텔 카지노사업을 우리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데는 그나마 이것이 이뤄져야 최소한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설령 카지노사업을 내주더라도 내국인 출입이 안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가능할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현대측은 "외국인 관광객이 없는 금강산사업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사업만 허용한다는 것은 "허가불가"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하고 있다.

요컨대 사업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다.

금강산 사업은 현대가 북한측에 매달 1천2백만달러(1백51억원 상당)씩 주고 있는 "관광사업 대가"로 인해 수지가 악화되고 있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창구인 현대아산은 지난해말까지 모두 3억4천2백만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이 대금의 지급시한은 오는 2005년 3월까지로 돼있다.

앞으로 모두 6억1천2백만달러(7천7백41억원)를 북측에 추가로 줘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현대아산의 수입은 현대상선으로부터 입국수수료 명목으로 관광객 1인당 2백달러씩 받는 것이 거의 전부다.

문제는 관광객이 당초부터 손익분기점으로 잡았던 연간 50만명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금강산사업이 시작된 지난 98년 11월부터 지난해말까지 관광객은 총 37만명이다.

지난 한햇동안의 관광객은 23만명으로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이 때문에 현대는 북한에 관광사업 대가를 지급하기 위해 현대아산의 자본금을 허물고 있다.

현대아산은 4천5백억원의 자본금중 4천2백억원 이상을 "까먹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2-3개월분의 관광사업 대가를 지급할 여력밖에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같은 사정에서다.

더욱이 증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주회사의 하나인 현대상선만 해도 금강산사업에서만 연간 6백억-7백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어 추가증자에 참여하기 어렵다.

현대는 이같은 "사면초가" 상황을 빠져 나오기 위해 금강산사업이 "통일사업"이라는 점을 들어 북한측과 우리 정부 모두에 지원을 바라고 있다.

우선 북한측에는 이달중 정몽헌 회장이 직접 방북, 관광사업 대가를 절반수준인 월 6백만달러 수준으로 삭감하고 지급기한도 2005년 3월에서 앞당겨 주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정부에 대해서는 해상 카지노사업과 함께 해상호텔과 관광선내 면세점 설치, 보조금지급 등의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