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다.

우리 국민들은 새해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다.

동해안에서 산에서 언덕에서 해맞이하는 사람들이 올해는 유난히 많았다.

침체된 경제 탓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3년 전 외환부족을 겪으면서 위기를 맞았었다.

기업이 대량으로 도산했고 실업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새로이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부실 기업과 부실 금융기관을 퇴출시키는 한편,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경제회복을 꾀했다.

또 기업 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위해 1백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러한 노력 덕분이었는지,지난 98년에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7%였으나 99년에는 10.7%로 급상승했다.

또 98년 300선까지 내려갔던 종합주가지수는 99년 말에 1,000포인트를 넘어섰다.

그러나 2000년 들어 경제가 시름시름 후퇴하더니 4분기의 성장률이 6%(추정치)로 급락했다.

종합주가지수는 500선으로 주저 앉았으며,국민들은 다시 실업의 공포에 떠는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경제가 어째서 마치 어린이 놀이동산의 청룡열차처럼 급격하게 등락을 거듭하는 것일까.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서는 3년 전 우리에게 다가왔던 위기의 근본원인을 알면 답이 나온다.

3년 전 우리가 직면했던 경제위기의 본질은,정부의 인위적인 성장정책에 의해 유발된 거품요소를 말소하는 시장의 필연적인 처벌과정이었다.

즉 정부의 시장개입,금융기관의 정부독점,기업에 대한 무수한 정부규제,경직적인 노동시장 등의 ''반(反)시장적 요소''가 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던 것이다.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은 대부분 반시장적인 것들이었다.

정부의 빅딜 정책이 그랬고,정부 주도의 은행 구조조정,일률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약정,대우차·현대건설 처리,예금 부분보장제,증시·벤처정책,지방·건설경기 부양조치 등 수없이 많다.

정부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거나 경제에 개입하면,경기가 좋아지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일시적일 뿐이다.

경제의 기본체질이 변하지 않으면 경제는 쉽사리 회생하지 않는다.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했어야 했던 일은,모든 행정 및 경제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또 정부기구 축소 및 인원감축,그리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리고 나서 금융개혁,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순으로 진행됐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취해왔던 개혁의 순서는 정반대였다.

경제개혁에 있어서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경제개혁에 성공한 국가들을 보면 모두 정부 및 공공부문을 최우선적으로 다뤘다.

영국과 뉴질랜드가 그랬다.

미국이 약 18년간의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지난 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때 정부와 공공부문을 과감하게 개혁한 결과다.

또 90년대 초 사회주의 체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한 러시아와 폴란드를 보면 개혁의 순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부와 공공부문을 최우선적으로 개혁했던 폴란드는 안정된 경제성장을 즐기고 있는 반면, 그렇지 않았던 러시아는 경제혼란에 빠져 있다.

우리 정부는 아직도 이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선(先) 경기부양,후(後) 구조조정이라는 경제정책 방향을 봐도 그렇고, 재정경제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키고, 여성부를 신설하겠다는 것을 보면 그렇다.

현 정부는 진정 개혁을 완성할 의지가 있는지 많은 국민들이 의문시하는 대목이다.

''시장경제의 창달''이라는 명제로 출발한 현 ''국민의 정부''가 국가의 장래를 위해 취해야 할 정책은 ''정부는 시장경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정부 및 공공부문을 당초 계획한대로 개혁하고 또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다.

jwa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