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3인의 자민련 이적사태를 둘러싸고 2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4일로 예정된 여야 영수회담 개최가 불투명해지는 등 연초 정국이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이적행위''를 ''부도(不道)의 정치''로 규정하며 대여공세를 강화한 반면 자민련과 공조체제 재구축에 성공한 민주당은 ''강한 여당론''을 앞세워 정국주도권 잡기에 시동을 걸었다.

자민련은 교섭단체 등록날인 거부입장을 고집하고 있는 강창희 부총재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

◆ 민주당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김중권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소속의원, 당직자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식을 갖고 개혁 완수와 정권재창출을 위해 전력 투구하자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당이 강력하고 든든할 때 국민들이 믿음직스러워하고 격려할 것"이라며 "대야 관계에서 건전한 야당의 주장을 과감하게 수용해 ''상생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의 자민련 이적은 정국의 원만한 운영을 바라는 우국충정에서 비롯된 본인들의 결단이므로 야당과 무관한 일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박상규 사무총장도 "여야가 더 이상 이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앞으로 우리당은 초연한 입장에서 정치 안정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시무식에서 "지난 연말에 일어난 일(이적 사태)은 보통사람의 머리로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 낮은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 총재는 이어 "이제 스스로 정치를 바로세우고 경제를 일으키는 등 국민을 위해 옳은 것은 밀고 나갈 것"이라며 ''정도(正道)''의 정치를 강조했다.

이어 열린 지도위원 연석회의에서도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 주는 것은 무서운 음모의 시작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또다시 거짓말을 할 것인데 왜 그런 빌미를 주느냐" "경제문제는 영수회담이 없어도 여야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등의 강경 발언과 함께 여야 영수회담 불참론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영수회담을 포기할 경우 장외투쟁 등의 수순이 예상되는데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가능하겠느냐"는 지적과 함께 "결국 이 총재도 영수회담 참석쪽으로 결론을 낼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이 총재는 영수회담 참석여부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한뒤 3일 최종입장을 밝힌다.

◆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은 청와대 및 김영삼 전 대통령 방문 등 바쁜 일정속에서도 교섭단체 날인을 거부하고 있는 강창희 부총재 ''다독거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 대행은 "강 부총재는 5선의 중진의원으로 당에 대해 책임이 있는 만큼 협조할 것으로 믿는다"며 강 부총재 설득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한편 이날 시무식에 불참한 강 부총재는 "탈당은 않겠으나 (교섭단체 등록을 위한) 도장은 안 찍어줄 수도 있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김형배.김미리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