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KDI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5.1%로 낮췄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4.2%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체감경기에 이어 지표경기 마저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KDI는 내년 하반기에는 경제가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KDI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경고는 수없이 있어 왔다.

장기간 지속된 금융불안으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지난 3·4분기부터 경기가 급랭하기 시작했으나 정부에서만 경기순환상의 일시조정이라고 애써 낙관해 왔을 따름이다.

정부가 최근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으나 문제는 경기하강 속도를 조절할 정책수단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금융시스템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아 전통적인 경기조절 수단인 금리정책이 먹혀들 여지가 적은데다 재정마저 부실이 심각해져 운신의 폭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의 한시적 부활,건설경기의 부분적인 부양 등의 대책을 내놓고는 있으나 얼어붙은 투자·소비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리도 없거니와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수요가 살아나리라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돼야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는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구조조정 타령이나 하면서 손을 놓고 있기에는 최근의 경기추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경기급랭을 방치할 경우 가뜩이나 수익성이 부족한 기업들의 연쇄도산은 물론이고 금융기관의 재부실화로 우리 경제를 회복불능 상태로 몰고갈 수도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은 원칙대로 추진하되 단기적인 경기대책도 적극 검토할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경기하강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재정운영을 경기촉진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내수 진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최근의 과도한 투자·소비 위축은 금융불안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이의 조기해소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금융기능 마비로 시중에 돈이 넘쳐 흐르는데도 기업들이 돈가뭄에 허덕이고,주가폭락으로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