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과학이 인기를 잃는 까닭..박성래 <한국외대 과학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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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해가 오고 있다.
2001년은 사실은 새 세기의 시작이고 새 천년의 시작이다.
하지만 우리는 1년 전 ''새 천년의 시작''을 미리 빌려다가 써버렸다.
그러니 이제와서 새삼스레 ''새 밀레니엄'' 타령을 할 수는 없게 됐다.
한해 정도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훔쳐다 써버린 것이다.
그런데 미래를 훔치는 일이 어디 이 뿐일까.
우리는 별 생각 없이 미래를 도둑질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수가 많다.
우리의 미래라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대학입시로 고민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가 한국 학생들의 과학과 수학 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국제적 평가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의 수학·과학 성취도 비교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세계 1위였던 우리 학생들이 4년 뒤인 중학교 2학년 땐는 5위로 처졌다고 보도된 바 있다.
또 서울대 자연대의 2000학년도 신입생 72.5%가 ''수학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데 이어,서울대의 경우 2∼3년 전부터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나 올들어 수학교재 수준을 낮췄으나 여전히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눈에 띈다.
우리 나라 과학교육이 잘 되지 않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너무 비과학적으로 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별 탈없이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만 봐도 그렇다.
아마 우리 같았으면 그렇게 깨끗하게 끝낼 수 있었을까?
고어는 승복하고 물러났고,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하기로 확정됐다.
득표수를 단순 비교하자면 고어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
플로리다주에서 보조개표 등을 손으로 재검표하는 것만 고어측 주장대로 관철됐다면 고어의 승리로 돌아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접고 이제 고어는 뒤로 물러났다.
그것이 규칙에 더 맞기 때문이다.
그 나라 사람들이 정한 규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처리하노라면,그렇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학시간에 ''이렇게''가르치고 또 배운다.
그렇지만 과학의 법칙이나 원리는 책 속에서나 ''이렇게''갈 뿐,한국 사회로 나가서는 어느 과학적 법칙이나 원리도 먹혀들지가 않고 모든 일이 ''저렇게'' 흘러간다.
도대체 세상만사 이치대로 되는 것이 없으니,공부는 무엇하러 할 것이며,과학은 무슨 짝에 쓸 것인가.
올해 유난스레 말썽이 된 수능시험만 해도 그렇다.
어차피 대학입학을 놓고 경쟁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특징이고,어쩔수 없이 경쟁은 존재한다.
그런데 정치가들의 입김 때문에,즉 쉽게 출제해야 과외가 없어지고,그래야 서민들의 표를 더 얻을 수 있으리라는 엉뚱한 판단 때문에,수능시험은 해마다 쉬워지기를 거듭하여 이제는 아예 변별력이 없는 ''장난''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한다고해서 과연 과외가 없어질까.
통상적 과외로는 도움되지 않을 테니 또다른 방식의 과외가 탄생하고 번창할 뿐이다.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오는 괴이한 시험이다.
해마다 언론이 보도하던 수석합격자 뉴스도 아예 사라져 버렸다.
공부 잘해 봤자 신문에도 날 수 없는 시대가 된 셈이다.
대학의 신입생 모집을 정부가 나서서 수고해 준다는 것부터가 이상하고도 ''비과학적''이다.
대학의 신입생은 대학에서 알아서 뽑으면 그만이지,그것을 왜 나라에서 해준단 말인가.
정부가 해서는 안 될 분야까지 너무 관여하는 것이 문제다.
불합리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과학이 발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니 학교에서는 과학을 공부하고,교문만 나서면 가장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한 판이 벌어지고 있으니,우리는 후손들을 어떻게 살아가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일부 종교재벌들의 세습이나,집단행동 등의 불합리 역시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니 우리 청소년 사이에 과학은 더욱 더 인기를 잃어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무엇 하나 과학대로 가는 것이 없으니,누가 과학을 하겠는가.
작년에 벌써''새 천년''을 가불(假拂)해다 써버렸으니,며칠 뒤 우리는 이제 ''헌 천년''이나 기념할 것인가.
parkstar@unitel.co.kr
2001년은 사실은 새 세기의 시작이고 새 천년의 시작이다.
하지만 우리는 1년 전 ''새 천년의 시작''을 미리 빌려다가 써버렸다.
그러니 이제와서 새삼스레 ''새 밀레니엄'' 타령을 할 수는 없게 됐다.
한해 정도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훔쳐다 써버린 것이다.
그런데 미래를 훔치는 일이 어디 이 뿐일까.
우리는 별 생각 없이 미래를 도둑질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수가 많다.
우리의 미래라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대학입시로 고민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가 한국 학생들의 과학과 수학 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국제적 평가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의 수학·과학 성취도 비교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세계 1위였던 우리 학생들이 4년 뒤인 중학교 2학년 땐는 5위로 처졌다고 보도된 바 있다.
또 서울대 자연대의 2000학년도 신입생 72.5%가 ''수학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데 이어,서울대의 경우 2∼3년 전부터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나 올들어 수학교재 수준을 낮췄으나 여전히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눈에 띈다.
우리 나라 과학교육이 잘 되지 않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너무 비과학적으로 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별 탈없이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만 봐도 그렇다.
아마 우리 같았으면 그렇게 깨끗하게 끝낼 수 있었을까?
고어는 승복하고 물러났고,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하기로 확정됐다.
득표수를 단순 비교하자면 고어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
플로리다주에서 보조개표 등을 손으로 재검표하는 것만 고어측 주장대로 관철됐다면 고어의 승리로 돌아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접고 이제 고어는 뒤로 물러났다.
그것이 규칙에 더 맞기 때문이다.
그 나라 사람들이 정한 규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처리하노라면,그렇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학시간에 ''이렇게''가르치고 또 배운다.
그렇지만 과학의 법칙이나 원리는 책 속에서나 ''이렇게''갈 뿐,한국 사회로 나가서는 어느 과학적 법칙이나 원리도 먹혀들지가 않고 모든 일이 ''저렇게'' 흘러간다.
도대체 세상만사 이치대로 되는 것이 없으니,공부는 무엇하러 할 것이며,과학은 무슨 짝에 쓸 것인가.
올해 유난스레 말썽이 된 수능시험만 해도 그렇다.
어차피 대학입학을 놓고 경쟁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특징이고,어쩔수 없이 경쟁은 존재한다.
그런데 정치가들의 입김 때문에,즉 쉽게 출제해야 과외가 없어지고,그래야 서민들의 표를 더 얻을 수 있으리라는 엉뚱한 판단 때문에,수능시험은 해마다 쉬워지기를 거듭하여 이제는 아예 변별력이 없는 ''장난''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한다고해서 과연 과외가 없어질까.
통상적 과외로는 도움되지 않을 테니 또다른 방식의 과외가 탄생하고 번창할 뿐이다.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오는 괴이한 시험이다.
해마다 언론이 보도하던 수석합격자 뉴스도 아예 사라져 버렸다.
공부 잘해 봤자 신문에도 날 수 없는 시대가 된 셈이다.
대학의 신입생 모집을 정부가 나서서 수고해 준다는 것부터가 이상하고도 ''비과학적''이다.
대학의 신입생은 대학에서 알아서 뽑으면 그만이지,그것을 왜 나라에서 해준단 말인가.
정부가 해서는 안 될 분야까지 너무 관여하는 것이 문제다.
불합리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과학이 발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니 학교에서는 과학을 공부하고,교문만 나서면 가장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한 판이 벌어지고 있으니,우리는 후손들을 어떻게 살아가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일부 종교재벌들의 세습이나,집단행동 등의 불합리 역시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니 우리 청소년 사이에 과학은 더욱 더 인기를 잃어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무엇 하나 과학대로 가는 것이 없으니,누가 과학을 하겠는가.
작년에 벌써''새 천년''을 가불(假拂)해다 써버렸으니,며칠 뒤 우리는 이제 ''헌 천년''이나 기념할 것인가.
parkstar@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