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가 차기 대통령으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미국의 정책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변화들은 대개 거시경제적 정책,통상정책,그리고 외교정책 등에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를 추가한다면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정책 역시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장기호황으로 대변되는 클린턴 정권의 경제성과를 분석할 때 흔히 80년대 레이건 정권의 정부지출 억제,대규모 감세 그리고 규제완화라는 ''씨''가 있었기에 ''꽃''을 피울 수 있었다는 얘기가 많이 거론된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미국 첨단기술 기업들의 화려한 탄생이 있기까지 공화당정권의 또 한가지 중요한 기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공화당의 ''기초연구 중시'' 정책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클린턴의 민주당정권이 강조한 ''실용화 중시''가 꽃피울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차기정권에선 혁신정책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중요한 단서는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무엇을 강조해 왔느냐다.

공화당은 국방분야의 연구개발을 중시하고 기초연구와 대학연구를 강조하며,기술의 상업적 응용에 대한 정부지원 최소화를 주장한다.

이것은 공화당의 정부역할에 대한 기본적 인식과 관련돼 있다.

시장에 맡겨야 할 것은 최대한 맡기고 정부는 마땅히 해야 할 분야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우선 국방부문 연구개발투자가 다시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공화당정권 아래에선 정부 연구개발예산의 50% 이상을 국방부문이 차지했었다.

하지만 클린턴 민주당정권이 들어서면서 국방부문과 민수부문간 연구개발 예산비중이 역전됐고 국방부문의 과학기술적 자산을 실용화하자는 ''spin-off'' 정책이 강조됐다.

그러나 차기 공화당정권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자원배분 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추세 자체를 바꾸긴 힘들지 몰라도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안보와 국방을 강조해 온 데다 주요 지지기반인 국방산업을 어떻게든 활성화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기초연구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기초과학'' 또는 ''기초연구''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선 공통된 입장이다.

문제는 ''응용연구'' 분야다.

공화당은 연구결과가 최소한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를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이미 경제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같은 응용연구는 기업이 알아서 투자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는 ''기초기술''이라는 신용어까지 만들면서 민간의 응용연구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화해왔다.

유럽연합과 일본 등을 본떠 정부주도의 각종 기업지원 연구개발프로그램을 도입했고 대학에서 기업으로의 기술이전 즉 ''spin-out'' 정책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시는 선거기간 중 민간기업의 발빠른 기술적 대응을 언급,정부의 연구지원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민주당 정책을 비난한 바 있다.

또한 보조금에 대한 정책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은 클린턴 정부의 각종 기업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기업보조금(corporate welfare)''이라며 비난해왔다.

시장에서 민간기업간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연구개발프로그램도 당연히 포함된다.

현재 WTO협정에서 보조금은 금지·상계가능·허용 보조금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신호등에 비유하면 빨간불,노란불,녹색불에 해당한다.

문제는 연구개발 보조금이다.

특정산업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연구개발 보조금은 정부지원의 일정비율만 준수하면 ''녹색불''보조금으로 분류된다.

공화당은 이것도 불만이다.

현실성도 없으면서 각국에서 특정산업에 대한 무분별한 정부지원만 정당화시켜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화당의 불만이 세계시장에서 공정경쟁 이슈와 맞물리면 새로운 통상마찰 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

어쨌든 미국의 혁신정책은 다시 기초연구 등 씨뿌리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우리가 부러운 것은 이같은 정권교체를 통해 연구개발의 씨뿌리기와 꽃피우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