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EUCCK)는 지난 10월 관세청과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로렉스 구찌 베르사체 등 유럽지역 유명브랜드의 모조품이 국내에 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기관이 외국의 민간 경제단체와 업무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는 EUCCK가 처음이었다.

EUCCK는 산하에 "명품위원회"라는 특이한 부서를 두고 있다.

적지 않은 회원사들이 세계적 브랜드 제품을 거느리고 있어서다.

요즘 이 위원회의 활동이 활발하다.

국내 시민단체들이 과소비문화 추방 캠페인을 펼 때마다 "자유교역 원칙에 위배된다"며 EUCCK에 정책적 대응을 촉구하는 일도 맡아서 하고 있다.

15개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주한 대사관으로 구성된 EUCCK는 이처럼 EU기업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데 활동의 초점을 두고 있다.

올해 초 발표한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가 단적인 예.이 보고서는 자동차 부문의 한국과 EU간 무역불균형 해소,주류에 대한 수입관세 철폐,외국산 의약품의 공급 확대 등 구체적인 요구들로 가득 차 있다.

한국의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하여금 관용차로 독일산 BMW를 구매토록 하는 "전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외에 브뤼셀의 EU본부에 전달돼 한국과의 통상 협상 및 회원국과 한국간 쌍무협상에서 기본지침서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 20개의 산업별 분과위원회를 설치,매달 한국의 산업환경을 분석해 회원국 대사관과 한국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EUCCK는 한국과 EU간 경제교류의 창구이기도 하다.

양국 기업의 거래알선 프로그램인 "BC-NET"를 통해 합영.합작기업을 소개하고 "BRE"라는 바이어 알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회원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ETP KOREA(한국내 경영자 교육과정)"를 운영,한국의 산업 및 투자환경을 교육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3개월간 집중적인 한국어 교육을 받은 뒤 3개월간은 한국기업에서 실전경험을 쌓는다.

자크 베사드 EUCCK 회장은 "지난 86년 출범 당시 74개였던 회원사가 지금은 5백여개로 늘어났다"며 "내년에는 회원사의 북한진출 사업을 지원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