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엔 오타(大田)구란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일본에서 근대적인 중소기업이 처음 발생한 곳이다.

이른바 마치코바(町工場)란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이곳에서 생겨나 전후 일본의 산업발전을 이끌어왔다.

본인은 오타구에서 태어나 48세가 된 지금도 오타구에 산다.

부친은 인쇄업과 문구업을 하는 중소기업인이었고 본인도 이를 이어받아 3개의 사무자동화(OA)기기업체와 2개의 벤처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한국과는 반도체부품 핵심소재를 납품하면서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약 45차례 정도 한국을 오가면서 한글을 열심히 익혔다.

아들도 지난해 고려대에 입학해 서울에 산다.

서울에 오면 아들과 함께 교보문고에 가서 새로 나온 경제관련 서적을 찾아보곤 한다.

지난 토요일 이곳에 들렀다가 ''벤처의 제4물결''(이치구 지음,한국경제신문,9천원)이란 책을 발견하고 집어들었다.

이 책에 금방 눈길이 간 것은 평소 일본과 한국의 벤처가 더 이상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 대한 우려는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후련하게 풀렸다.

벤처분야에는 지금까지 세차례의 물결이 밀려왔다.

첫째가 첨단제조업이고 둘째는 IT(정보기술)와 인터넷,셋째는 바이오 등이다.

이 세가지 물결을 기업에 직접 적용하고 있는 본인으로선 이제 네번째 물결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한 상태였다.

이런 시기에 저자인 이치구 한국경제신문 벤처중소기업 전문기자는 제4의 물결은 크레비즈(Crebiz)라고 예측하고 있다.

크레비즈란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Creative Business)의 약자로 ''벤처와 컬처가 결혼해서 낳은 아들''이라고 표현했는데 이것은 매우 적합한 비유가 아닌가 한다.

벤처와 컬처가 결합하는 곳엔 벨기에의 FLV프로젝트처럼 엄청나게 큰 황금어장이 기다린다고 그는 전망한다.

이 크레비즈 시장이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를 일본 미국 독일 등을 찾아다니며 생생하게 집어낸다.

''기업에 있어 기술과 경영은 수레를 이끄는 양쪽 바퀴다.

그러나 벤처시대에는 이 두바퀴 중 기술만 강조한 나머지 한쪽 바퀴만 커지고 말았다.

이런 수레로는 생각의 속도로 달려봐야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이런 벤처의 허점을 개선한 비즈니스가 바로 크레비즈다''

그는 자꾸 가라앉아가고 있는 벤처의 새로운 대안은 크레비즈뿐 이라고 단언한다.

인터넷도 하나의 도구로서 뉴하드웨어로 전락하고 뉴소프트웨어인 크레비즈가 부상한다는 것이다.

크레비즈 시대에 최고의 자산은 컬처 캐릭터 컨셉트 콘텐츠 크리어티비티 등 모두 C자로 시작하기 때문에 다가오는 제4물결은 ''c비즈니스''라고 규정한다.

저자가 강조한 크레비즈란 용어는 이제 전세계인이 함께 쓰는 용어가 돼가고 있다.

그런 뜻에서 오타구에 있는 마치코바들도 이제 크레비즈를 인식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가나야마 히로시(金山 宏)

일본 소닉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