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사흘간 열린 한민족의 글로벌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INKE(International Network Korean Entrepreneur) 2000" 서울 총회는 국내 벤처기업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잇따른 금융 스캔들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 벤처산업이 국제화를 이슈로 재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시장에 안주하던 대다수 벤처기업들은 INKE 2000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와 세계시장 공략이라는 "희망찬 탈출구"를 찾았다는 점도 의미깊은 일이다.

<> 다시 쓰는 벤처기업사 =행사장인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뿜어낸 뜨거운 열기는 벤처 관계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하루 평균 참가 인원은 7백여명.

행사장을 가득 메운 이들의 벤처산업 전반에 대한 진지한 토의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열정을 다시 느끼게 했다.

이종문 암벡스그룹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조셉 박 코스모닷컴 대표 등 해외동포 벤처인들의 성공담은 시장의 침체로 실의에 빠져 있던 국내 벤처기업인들에게 새 희망을 주었다.

벤처기업인들은 인종적인 차별과 현지 기업들의 온갖 견제를 뚫고 "코리안 드림"을 일군 그들에게서 국제화가 실제 가능한 "현실"이라는 메시지를 얻었다.

해외 벤처들의 경영 노하우와 그들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에서 해이해진 기업가 정신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었다고 참석한 국내 벤처기업인들은 입을 모았다.

전세계 교포기업가들을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 결성은 이번 서울총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값진 소득이다.

한민족 벤처기업인들이 이제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유형의 도구를 얻었기 때문이다.

교포기업가를 활용, 외국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국내에서 물건을 만들고 이를 다시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남미 등 거대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메디슨 이민화 회장은 "INKE를 통해 IMF 체제에서 한국경제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벤처산업이 세계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첫 단추를 끼웠다"고 말했다.

활동무대를 세계로 넓히는 "벤처기업사의 제2장"이 화려하게 열린 것이다.

<> 세계는 지금 네트워크 전쟁 =날로 뜨거워지는 첨단기술 확보경쟁의 도구는 바로 인적 네트워크.

각 나라마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깔아놓은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동향및 방향을 체크하고 앞선 기술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INKE를 통해 얻어진 한민족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민족도 지금보다 더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각종 모임들이 활성화돼야 한다.

네트워크 활용에 대한 치밀한 전략도 필요하다.

김향철 베이징신성시공네트워크 대표는 "벤처기업협회를 중심으로 국내 벤처기업들이 뭉치고 해외 벤처기업가들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남미 등 지역별로 소모임을 꾸준히 가지는 것이 거대한 한민족 벤처 네트워크의 밑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도 "만났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제 만남을 위한 멍석을 깔아 놓았으니 보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 다국적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국적을 불문하고 서로 결합하는 상황에서 우리 교포기업들간에 서로 믿고 의지하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더욱 긴요하다"고 말했다.

벤처기업가 벤처캐피털 투자자 정부 등 벤처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INKE를 통해 과거의 자세를 반성하고 벤처정신으로 재무장해야만 네트워크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지적에 귀기울 필요가 있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벤처산업의 핵심은 사람"이라며 "사람이라는 핵심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다른 도구들도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