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휘창 < 서울대 국제경영학 교수 >

미국의 경제와 정치사태가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경제적으론 성장둔화와 무역적자,정치적으론 대통령선거 문제다.

흥미롭게도 이를 보는 외국인들은 미국의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선거문제에 냉소적인 데 반해 정작 미국 내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선 경제면을 보자.최근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올해 무역적자가 약 3천7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우리 같으면 수출경쟁력이 어떻다는 등 난리를 필 것 같은 데 미국은 꽤 느긋한 편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무역적자는 미국제품의 국제경쟁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일본 유럽의 경기가 약해서 미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자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경착륙이니 어쩌니 불안해 하는 것이 아니라,주요 무역상대국과 비교하면서 무역수지까지 함께 이해하는 것이다.

무역적자가 늘면 그 나라의 화폐가치 하락을 예상하는게 보통이지만,미국의 달러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이런 현상은 무역과 해외투자를 함께 고려할때 설명이 가능하다.미국과 무역을 해 돈을 번 외국이 그 돈을 다시 미국에 투자한다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할수 있는 것이다.

좋은 투자환경은 미국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최근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수입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다시 환투기 세력을 우려해 정부가 왜 개입을 하지 않나 목멘 소리를 내기도 한다.

정부 또한 외환시장 개입가능성을 강력히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율변화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환율변화는 경제 펀더멘털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인위적으로 바꾸려 했다가는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만약 환투기 세력 운운하면서 섣불리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정말로 환투기세력을 불러들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환투기''란 화폐가치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않을 때 행해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미국의 정치상황을 보자.대통령 선거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의 언론들은 "부시,고어 두 후보가 당선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가리고 있다"면서 미국의 선거제도를 냉소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으로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소모전이 아니라,미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위로 올려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선 ''문제 많은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위기상황이 안 나타나는 것이 미국의 강점이다.

다른 나라 같았으면 심각한 폭력사태는 물론 계엄령을 선포하는 등 국가위기 사태까지 초래했을 것이다.

미국은 아직도 끈질기게 가장 좋은 해결점을 찾고 있다.

''빨리 빨리''문화와''이젠 됐어''문화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미국의 문제해결 방식을 살펴보자.플로리다주 잭슨카운티의 선거관리 책임자는 "우리는 지금까지 사람들을 가능한 많이 투표하러 나오라고 독려만 했지,막상 투표소에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선 제대로 교육을 못시켰다"고 반성하고 있다.

CNN 등 유수한 언론매체들도 이번의 실수를 반성하면서,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이번 사태를 연구하고 있다.

미국의 한 여론 조사에선 반 이상의 조사 대상자가 아직도 서두를 필요가 없고,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경쟁력의 핵심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서 확실히 고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피상적인 것에 초점을 두고,철저히 고치는 것 보다는 적절히 타협할 때가 많다.

최근 우리사회에선 의약분업 기업민영화 등 이해집단간의 분쟁이 심각하다.시간이 걸리고 약간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몇년전 IMF 경제위기때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위기설이 또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확실히 해야할 것이다. 노사문제를 정치적으로 타협하거나,환율문제를 시장개입 등으로 어설프게 대응한다면 정말로 위기가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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