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기용 부품제조업체인 P&K시스템이 등록(상장)기업인 지이티에 피흡수합병되는 형태로 코스닥시장에 진출한다.

코스닥 최초의 백도어리스팅(우회등록.Back Door Listing)이다.

1일 지이티는 P&K의 흡수합병작업을 마무리하고 합병종료 이사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지이티의 현재 자본금은 59억1천만원,P&K시스템은 27억3천만원이다.

합병비율은 지이티1주당 P&K시스템 0.896주다.

따라서 합병후 지이티의 자본금은 83억원,총발행주식은 1천6백60만주(액면가 5백원)로 늘어난다.

지이티의 매수청구가격은 2천3백67원이었으며 매수청구기간은 11월3일로 끝났다.

지이티는 이날 이사회에서 박종희 지이티 사장과 박종환 P&K시스템 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키로 했다.

두 회사간 합병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피인수회사의 최대주주가 합병회사의 1대주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P&K시스템 주식 18.67%를 갖고있던 박종환 사장은 지이티 주식 91만주(5.48%)를 확보,합병전 지이티의 1대주주였던 한아시스템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

한아시스템은 지분율이 2.93%로 낮아져 P&K시스템의 2대 주주였던 아이베스트창투사(3.7%)에 이어 3대 주주로 밀려났다.

박종희 사장의 지분도 합병전 3%(34만5천주)에서 1.91%(31만7천주)로 떨어졌다.

지이티는 지난 8월 최대주주였던 한강구조조정기금이 장내에서 1백20만주(14.12%)를 전량 매도한 뒤 지배주주가 없었다.

박종환 사장과 아이베스트창투의 입장에서 보면 최대주주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코스닥시장에 진출하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아이베스트창투(전 KDL창투)는 한국디지탈라인(KDL)의 정현준 사장이 한때 대주주로 있던 회사다.

지이티 관계자는 "정보통신관련 생산설비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P&K시스템을 흡수합병했으며 박종희 사장의 우호지분이 20% 넘어 경영권방어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P&K시스템은 휴대폰 배터리팩,마우스폰등을 제작하는 정보통신관련 제조회사로 지난 97년 설립됐다.

대표이사인 박종환씨가 18.57%(10만1천4백주)의 지분을 소유한 제1대주주,아이베스트창투가 12.6%(6만8천7백주)로 제2대주주다.

이외에는 개인투자자와 일부 창투사에 지분이 분산돼 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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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도어리스팅 ]

장외기업이 상장(등록)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심사나 공모주청약 등의 절차를 밟지않고 곧바로 장내로 진입하는 것을 말한다.

상장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미 상장된 회사를 이용하는 일종의 "우회등록"이다.

국내에선 지난 90년대 장외기업인 대우자동차판매가 상장법인인 한독을 흡수합병,거래소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있다.

정부는 대우자판의 변칙상장을 계기로 증권거래법을 개정,피흡수합병사의 매출액 총자산 자기자본 등을 따져 장외의 대기업이 상장 중소기업을 인수,장내로 진출하는 것은 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