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외자유치를 계기로 LG그룹주가 날개를 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27일 증시에서는 일단 ''좀 더 두고 보자''는 반응이 우세했다.

이날 LG전자는 네덜란드 필립스사로부터 16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LG전자 주가는 오히려 전날보다 2백원(1.43%) 떨어진채 마감됐다.

시가총액 상위사들이 휘파람을 분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계열사들은 전선(8.18%) 화학(4.05%) 증권(5.07%) 등 대부분 상장사가 오름세를 보였다.

하락세를 보인 것은 전자와 산전 두 회사뿐이다.

이날 장이 강세 분위기를 나타낸 것과도 연관이 있긴 하지만 외자유치라는 재료가 일단은 그룹사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날 LG전자 주가가 하락한 것을 두고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이 그대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또다른 편에서는 ''새로운 악재의 출현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첫번째 해석은 LG전자 주가가 지난 주말 10.24%나 상승하는 등 외자유치설이 나도는 단계에서 이미 재료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소문이 현실화됐으니 주가가 빠지는 게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새로운 악재 출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은 LG전자가 CRT사업 부문을 필립스사에 넘기면서 주식매수 청구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LG전자는 상당한 자금부담을 안아야 한다.

많을 경우 이번 외자유치와 버금가는 규모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CRT사업 부문의 매출비중은 LG전자 전체 매출액의 10%를 웃돈다.

따라서 현재까지 알려진 외자유치 방안대로라면 주식매수 청구권이 발생하게 된다.

LG전자의 시가총액이 2조1천억원선이기 때문에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70%의 소액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약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럴 경우 외자유치가 LG전자 주가에 큰 호재가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LG측은 매수청구권을 피해가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엥도수에즈WI카증권의 최재혁 부장은 "LG그룹이 외자유치를 통해 그동안의 ''자금난설'' 등을 상당부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IMT-2000사업 참여 여부 등이 그룹내 상장 주식의 향방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의 주환 이사는 "이제 LG그룹주도 ''각개약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