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무조건 등원 선언으로 국회가 정상화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27일 12개 상임위원회와 예결위가 일제히 열려 새해 예산안을 비롯한 법안심의에 나서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았다.

이날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환율이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국회 정상화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그러나 과연 국회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수 있을지 확신을 갖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국회가 열리자 마자 공적자금 동의안과 새해 예산안처리 시한을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각 상임위의 법안심의에서도 지엽적인 문제로 충돌하거나 심의를 지연시키는 사례가 허다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차 강조한바 있지만 국정현안을 원내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순리다. 또 모든 법안을 성실히 심의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경제상황을 감안해 시급한 것은 시급한대로 처리함으로써 정부 정책의 시의성이 충분히 발휘될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것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예컨대 27일 재정경제위원회의 공적자금 동의안 심의에서 야당은 자금소요에 대한 정밀심사가 필요한 만큼 여야 총무가 합의한 30일 본회의 처리시한이 늦어질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일부 긴급한 소요액만 먼저 동의하고 나머지는 천천히 해도 되지않느냐는 일부 의견도 제시됐다고 한다.

그러나 금융구조조정의 시급성을 감안하다면 내용은 철저히 심의하되 될수록 빠른 시일내에 일괄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산업자원위원회의 전력산업 구조개편법안도 심의과정에서 진통이 크다고 한다.

물론 한전 구조개편 방안에 대해 여러가지 견해가 나올수 있고,해법도 다를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어떤 방향이든 국회가 결론을 내려주지 않으면 안된다. 이미 경험한바 있지만 선거 등을 의식해 법안심의 자체를 지연시키거나 회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정책이 적절한 시기를 놓쳐 이를 치유하는데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 사례는 그동안의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얼마든지 찾아볼수 있다.

그같은 일이 국회에서조차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모처럼 국회가 정상화된 만큼 이 기회에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여야가 다같이 정치적 이해를 떠나 민생을 위해 봉사하려는 자세를 가다듬어 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