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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금융개혁, 대승적 합의 필요..이창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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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경제나 시장원리에 의한 구조조정이라는 말은 이제 일상화됐다.

    이번 정권의 최고 목표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발전''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시장경제의 진정한 의미와 성공요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 구현방식, 즉 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도 개념적인 혼란과 현실적인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활동의 목표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에 있고, 시장경제가 이를 가장 잘 추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라는 것이 우리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이유다.

    즉 시장 외부로부터의 개입이 차단된 상태에서 실력에 의한 경쟁과 실력을 기준으로 한 선택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믿음이다.

    실력이 모자라는 기업은 곧바로 경쟁에서 밀려나 더 이상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서 배제되고, 또 경쟁이 실력향상의 유인을 제공한다는 것이 그 논리다.

    우리는 흔히 시장경제를 정부의 불합리한 개입이 배제된 경제쯤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성공은 정부간섭 배제와 함께 실력있는 경제주체의 확보라는 두가지 요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80년대 이후 시장진입에 대한 정부규제는 크게 완화됐다.

    하지만 정작 시장기능의 핵심인 시장경쟁과 이에 의한 퇴출은 부진했다.

    대기업들은 내부거래 등을 통해 경쟁을 제한하고 ''대마불사''의 신화를 쌓아왔으며, 금융부문은 산업이 아니라 공공기관화되어 퇴출의 위험에서 멀어져 있었다.

    당연히 기업들은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금융기관도 대마에 돈을 빌려주거나 관치에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쉬운 영업이었다.

    우리는 시장경제의 성공요건중 특히 실력 있는 경제주체라는 요건에서 실패했다.

    즉 실력 있는 경제주체들에 의한 시장의 규율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

    시장규율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주주에 의한 규율을 들 수 있다.

    최근에 와서야 소액주주의 권한이 다소 강화됐지만 집중투표제 등이 본격 도입되지 않고 주주의 의식도 낮아 이제 걸음마단계다.

    둘째는 금융에 의한 규율이다.

    금융규율은 돈을 가려서 빌려주는 실력에서 나온다.

    사업성이나 기술력 등에 대한 평가능력 없이 담보에 의존한 전당포식 금융이나 청탁금융으로는 시장규율이 있을리 없다.

    오히려 개별기업보다도 더 뛰어난 평가능력을 가져야 한다.

    부실한 금융기관에 공적자금만 넣을게 아니라 능력있는 경영진을 수입해서라도 수혈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는 경쟁기업에 의한 규율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지연 등에 의한 경제부문의 부정부패와 경쟁제한적 내부거래를 없애야 한다.

    시장경제 만들기는 결국 이러한 다양한 시장규율들이 확립되어야만 가능하다.

    시장규율의 확립을 위해서는 우선 경제 각 주체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며, 개혁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업성 등에 대한 평가능력 없는 금융기관, 권익이 제약된 주주나 소비자, 그리고 부당한 내부거래를 일삼는 기업으로는 시장경제를 이룰 수 없고 경제 전반의 경쟁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 금융 정부 등 각 부문의 개혁은 이들 부문의 실력과 도덕성을 길러 시장규율을 회복하는 것이며, 구조조정에 있어서도 하위직 퇴출 위주의 양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고 무능하다고 평가되는 경영간부의 대체를 통한 질적인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우리에게는 금융규율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공적 자금으로 연명하면서도 금융마피아라는 말이 여전히 통용되는 가운데 경영능력 향상을 위한 질적 개혁은 미약해 보인다.

    대증적이며 형식적인 구조조정은 더 큰 고통을 가져온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고통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의 대승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우선 지금까지의 개혁을 냉정히 평가하고 새로운 전략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과 외국인투자자는 지금 우리경제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과연 있는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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