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는 대통령에 상관없이 잘 간다"

부시를 새 대통령으로 맞은 월가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미국 증시는 "경제" 변수로 움직이는 정치의 무풍지대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에서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 당선자나 민주당의 부시 후보가 큰 차이가 없어 월가는 일찌감치부터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더욱이 선거직후인 11월은 전통적으로 월가와 백악관의 허니문 기간이다.

지난 50년이후 매년 11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는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연말연시에는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모로보나 연말 미국 증시는 핑크빛 무드다.

경기둔화 추세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핑크빛은 더 짙어지고 있다.

"스톡 트레이더스 알마낵"의 예일 허쉬 편집장은 "선거후 첫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15일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프루덴셜 증권의 래리 워치텔 부사장 역시 내년초께는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부시의 세금감면 공약도 월가의 호재다.

세금이 줄어들면 소비가 늘테고, 결국 기업들은 장사가 잘 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기업 수익성 향상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사회보장 기금중 일부는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부시의 공약 역시 월가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늘어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종목별로는 담배, 제약, 정유및 방산관련주가 뜰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완화를 주장해온 부시의 입장을 감안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부시 수혜주로 분류된다.

누구보다도 부시의 승리를 축하할 기업들은 담배관련 업체들.부시는 백악관에 입성하면 법무부의 담배회사에 대한 제소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었다.

민주당 정부는 담배가 건강에 끼치는 유해성을 소비자들에게 호도해왔다며 대형 담배사들을 잇달아 제소했다.

제약업체들 역시 부시의 승리에 축배를 들고 있다.

제약업체들이 지나친 이득을 취한다고 비난해왔던 민주당의 앨 고어후보와는 달리 부시는 민간기업들이 시장논리에 의해 가격을 결정하는 자유시장식 접근방식으로 의료개혁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부시가 석유산지인 텍사스의 주지사인데다 러닝메이트인 딕 체니도 석유회사 출신이란 점을 감안하며 석유관련주도 부시대통령으로부터 이득을 얻을 것 같다.

특히 연방정부의 소유지로 보호받고 있는 일부 유정지역의 개발권을 포함,현재 국회에 의제로 올라 있는 정유업체 관련 법안에 대해 부시는 정유사의 편을 들고 있다.

그러나 부시는 구경제, 고어는 신경제주에 유리하다는 통념과는 달리, 기술주들은 부시대통령 행정부아래서 특별한 이득도, 불이익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