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하기엔 이르다. 앞으로 뼈를 깎는 자구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획득해야한다"

11.3 부실기업 정리과정에서 아슬아슬하게 "회생판정"을 받은 기업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한목소리 주문이다.

이언오 이사(삼성경제연구소)는 "회생 기업들은 자산매각,비핵심 한계사업의 과감한 철수,분사,인력구조조정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핵심사업으로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쌍용양회 고합 진도등에 대한 "회생판정"은 환자로치면 현재로선 "시한부" 목숨 연장일 뿐"이라며 "환자(문제기업)스스로 강력한 재활의지와 실천노력을 보이지않을 경우 의사(시장)는 가차없이 "사망진단서"를 발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쌍용양회의 경우 퇴출기업선정 직전 일본 태평양시멘트로부터 외자(3천6백49억원)를 끌어들임으로써 가까스로 퇴출명단에서 빠졌지만 이제부터 시장신뢰를 얻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조건부 회생판정을 받은 쌍용양회는 연간매출 1조2천억원으로도 감당키 힘든 3조2천억원에 이르는 부채(9월말 현재)감축이 최대 과제다.

그것도 연말까지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힘겨운 조건이다.

전문가들은 "채권은행이 연말까지 시한을 준데 대해서도 주식시장 일각에선 ''봐준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에 기업들로선 한숨돌릴 여유가 없다"고 충고한다.

쌍용측은 "연말까지 부채를 1조4천억원으로 줄이기 위해 삼각지부지등 보유 부동산 및 쌍용정보통신의 지분 매각협상을 동시에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자구를 통해 지난해말 3백20.6% 수준이던 부채비율을 연말 1백23%로 낮출 계획이다.

쌍용의 자구계획은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이나 향후 시멘트 경기와 일정내에 이를 달성할 수 있느냐도 관건으로 보인다.

과거 정유매각과 시멘트 외자유치 과정에서 자구 계획이행이 늦어져 시장에서 불신을 샀던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다.

고합은 ''돈되는 것을 파는 식''의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따라서 울산 제2공장(필름 및 화섬원료-PTA)의 분할 매각성사 여부가 정상화의 최대 고비로 보인다.

고합측은 러시아 미국 일본 등 여러나라 업체들과 다각도의 협상을 진행중이다.

고합 관계자는 "이 공장이 팔리면 현재 3조원대의 부채 규모가 2조원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합은 현금유동성이 1천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회사운영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갑을 및 갑을방적은 ''합병을 통한 사업 구조조정''을 모색하고 있다.

합성섬유 염색 방적 등 업무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그동안 금융권 빚 1조원을 줄여 현재 4천6백억원으로 낮췄으며 미수익 사업부문의 정리를 추진키로 했다.

조양상선은 지난 97년 이후 계열사 매각과 박남규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판정을 받았다고 보고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박 회장 일가가 내놓은 부동산과 컨테이너야적장(CY),동서울 및 창원개방 골프장 등 부동산을 처분해 1천6백59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조양상선은 "용선료 부담,유가상승 등 외부 변수는 있지만 해운시황이 좋아 올해 매출 1조1천억원,영업이익 4백억원의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