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의 높은 저축률은 교육열과 함께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근면 성실"이란 한국인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손꼽힌다.

하지만 뜨거웠던 저축열기가 1988년이후에는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처분가능한 소득중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국민 총저축률은 지난 88년 40.5%를 기록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국민총저축률이 33.7%에 그쳤다.

올 상반기에도 30%대 초반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88년에는 1천원을 벌면 4백5원을 저축하는데 썼던 국민들이 지난해에는 3백37원만 저축했다는 얘기다.

이같은 저축률 하향추세는 국민들이 저축보다는 소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특히 89년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들어서기 전인 97년까지는 소비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소득도 늘었지만 그보다는 소비가 더 큰 폭으로 늘어 저축률이 낮아진 것이다.

여기에 IMF 체제때는 기본적으로 소득 자체가 줄어들어 가처분소득도 감소했다.

중.저소득층에서는 저축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저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고소득층의 경우도 정부의 강력한 "저금리정책"으로 금리가 떨어지자 저축에서 점점 멀어졌다.

실제로 국민총저축중에서도 민간총저축률은 98년 24.4%, 99년 24.2%로 하락하는 추세다.

저축률이 하락하면 국가경제에는 큰 짐이 된다.

우선 저축률 하락으로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국내에서 다 조달하지 못하게 된다.

해외에서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면 그만큼 이자비용을 물어야 하고 결과적으로 대외수지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국민들이 저축보다 소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물가상승압력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소비가 지나치게 위축돼서도 안되지만 저축과 소비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국가경제의 견실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민들이 자신의 소득수준에 맞는 저축을 생활화해야 한다"며 "건전소비 기풍을 정착시키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