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전문가들은 20세기 후반 일본경제사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이케다 하야토 내각이 60년 12월부터 밀어붙인 국민소득배증계획을 꼽았다.

2차대전 직후의 재벌 해체와 73년의 제1차 석유파동은 나란히 2위를 차지했다.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고(85년)와 최근의 정보기술(IT)혁명은 각각 4위와 7위에 올랐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일본어판이 최근 일본의 저명한 기업인과 경제평론가 학자 등 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조사 응답자들은 재계의 경우 오가 노리오 소니 회장,히구치 히로타로 아사히맥주 명예회장,오쿠다 히로시 도요타자동차 회장 등이었다.

학계와 평론계에서는 나카다니 이와오 산와종합연구소 이사장,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 등이 조사에 응했다.

이케다 총리가 70년까지 일본의 국민총생산을 13조엔에서 26조엔으로 끌어올려 독일 수준의 경제부흥을 이루겠다며 추진한 국민소득배증계획은 35명으로부터 주요 사건으로 꼽혔다.

응답자들은 이 계획이 사회자본 확충,산업구조 고도화,무역과 국제협력의 적극 추진,과학기술 진흥,농업 근대화 등을 통해 고도성장을 결정적으로 앞당겼다고 지적했다.

연합군 총사령부가 단행한 재벌 해체는 재계와 권력의 고리를 차단하고 일본경제의 운용틀을 근본적으로 바꾼 혁명적 조치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1차 석유파동은 악성 인플레와 치명적 타격을 동반했지만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산업구조 변혁을 앞당겼다고 응답자들은 지적했다.

플라자합의 후의 엔고는 세계경제의 중심을 미국과 유럽에서 미국과 일본으로 이동시킨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사건으로 평가됐다.

5위에는 엔화 변동환율제 도입(73년)과 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야마이치증권 파산(97년)이 같이 올랐다.

8위는 버블경제 돌입(86년)과 ''전후체제는 이제 끝났다(패전 후의 경제적 고통은 더이상 없다)''고 선언한 경제백서 56년판 발간,일본판 금융빅뱅(98년)의 세가지 사건이 나란히 꼽혔다.

설문조사와 관련,가토 히로시 지바상과대학장은 "일본이 고도성장의 기쁨에 취해 지난 80년대 중반 대응을 잘못한 탓에 지금 일본경제가 활력을 잃고 비틀거리고 있다"며 대표적 실패사례로 NTT분할 및 민영화를 꼽았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