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불확실성의 시대에 놓여 있다.

주가 유가 환율의 향방은 불투명하고 미국경제 방향도 분명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금융기관들은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의 경제상황은 이 전망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일부 국가들은 "경제위기"를 거론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칼날위에 아슬하게 서있는 대만 필리핀 태국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의 경제현상과 문제점을 시리즈로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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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다.

대만경제는 주가와 통화가치,반도체값이 모두 곤두박질치는 3중고로 신음하고 있다.

주가는 24일 비교적 크게 반등했지만 이는 그동안의 폭락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97년 외환위기때도 끄덕없었던 아시아 경제우등생이 3년 만에 열등생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타이베이증시의 가권지수는 미국 나스닥시장 폭락의 영향으로 5,081.28을 기록했다.

중국과의 전쟁설이 나돌며 나라 전체가 불안에 떨었던 지난 96년 수준으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5개월 전 천수이볜 정부가 새로 출범했을 때만 해도 8천대를 웃돌았던 주가였다.

세계적으로 하이테크주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가권지수가 5,000선 아래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가 증시부양책을 내놓는 등 진화에 나서 최근 주가가 소폭 오르긴 했지만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만달러가치는 최근 16개월 사이 가장 낮은 미(美)달러당 32.38대만달러까지 떨어졌다.

24일엔 주가상승에 힘입어 31.99대만달러까지 오르긴 했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둡다.

앞으로 1년 동안 미화 1달러당 34대만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정국불안에다 대만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외환보유고도 감소하고 있는 등 악재들이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증·환시가 힘을 잃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대만경제의 힘줄인 반도체·전자산업이 D램 가격 폭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탓이다.

최근 파이스턴 이코노믹리뷰지(誌)는 반도체·전자산업의 수요둔화 조짐이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대만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근본적으로는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만경제의 불안이 초래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 그래도 뿌리깊은 관치금융에 염증이 난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정치마저 불안하자 가차없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취임당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천수이볜 총통은 다수당인 국민당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경제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해 신뢰를 잃을 대로 잃었다.

그의 수석 국정고문마저도 "천 총통은 말만 많고 정책의 방향을 도무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질책할 정도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