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의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가 반등할 경우 외국인과 투신권의 손절매 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증시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3.9%(6천5백원) 하락한 16만원에 마감됐다.

지난 20일 상한가 기세가 이어져 4.8%나 오르면서 장을 시작했지만 경계매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하락세로 반전됐다.

삼성전자는 장 마감 무렵 3·4분기 실적이 매출 8조8천억원에 세후순이익 1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또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25조2천억원의 매출에 4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2조원보다 1백39%나 증가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 실적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며 문제는 4·4분기 및 그 이후의 실적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반도체 현물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 향후 실적이 다소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수급 불균형도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대다수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는 현재 20% 이상 손실을 보고 있으나 주가가 단기급락해 손절매 타이밍을 놓쳤다"며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투신권의 매물이 한꺼번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준 조흥투신 리스크관리팀장도 "손절매 물량은 아니더라도 비중 축소 차원의 매도물량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 20일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은 이날 순매도로 돌변했다.

모건,CSFB,워버그 등이 외국인 매도의 주창구였다.

이에 반해 매수세는 자사주 매입에 나선 삼성전자와 향후 설정될 연기금펀드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3백40만주(우선주 포함)이고 연기금펀드는 시가총액 비중만큼 채운다 하더라도 2백만주 수준에 그칠 전망이어서 매도물량을 받아주기에는 충분치 못하다는 분석이 많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