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컴퓨터메이커라는 호칭이 늘 따라 붙는 미국 IBM은 이제 컨설팅업체라고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할 때가 됐다.

그간 주력분야였던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및 전반적인 e컨설팅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갔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원-스톱" 솔루션 제공이라는 업계 전반의 추세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월가에서는 IBM의 2.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서비스 사업부문의 실적에 관심이 많았다.

경쟁업체인 EDS나 컴퓨터사이언시스(CSC), 유니시스(UIS)의 경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IBM에 대한 시각도 다소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결과는 판이했다.

IBM의 서비스부문 매출은 작년동기보다 2% 늘어난 82억달러였다.

더욱이 계약 액수는 2백3억달러로 EDS나 CSC가 세운 계약액수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 IBM내 글로벌서비스부서(IGS)는 그룹의 핵심부서로 부상하고 있다.

여타 부서들의 실적신장세가 정체상태에 이른 반면 이 부문은 IBM의 연간 성장률 5%에 지대하게 공헌하고 있다.

작년 이 부문은 그룹 전체 매출 8백75억달러의 37%, 수익 77억달러의 45%를 차지했다.

이 덕택에 IBM은 세계 최대 기술서비스 업체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됐다.

IBM은 현재 향후 5년내 서비스부문의 매출을 두배로 높여 그룹 매출의 46%를 차지하는 그룹내 최대부서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서비스부문 강화는 업계 전반의 추세다.

고객들이 하드웨어 제품 구매와 함께 그 제품과 결합되는 소프트웨어 및 기술지원 등의 총체적 서비스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업체인 휴렛팩커드(HP)는 서비스부문 강화를 위해 세계적 명성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컨설팅을 1백80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델 컴퓨터는 물론 유닉스서버분야의 선두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독자적인 서비스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전세계 기술서비스시장이 올해 3천8백70억달러에서 2004년에는 5천8백50억달러로 매년 1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BM이 서비스부문에서 단시일내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확고한 고객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하드웨어 매출을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부문과 연계시키는 능력도 경쟁업체에 비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BM이 소프트웨어 및 기술서비스 제공으로 올리는 매출은 하드웨어부문의 매출 1달러당 4달러가 넘는다.

이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24센트, 컴팩의 47센트, HP의 1달러52센트를 훨씬 웃도는 성적이다.

현재 IBM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웹 페이지 디자인, LAN 설치, e비즈니스 전략 구축 등 다양하다.

회사의 규모, 제품 및 서비스의 다양성, 대기업들과의 유대관계 등의 측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IBM은 글로벌서비스부서(IGS)의 업무초점을 웹 서비스에 맞추고 있다.

웹 서비스의 일부 사업의 경우 연간 50%의 성장이 점쳐지는 등 시장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IBM의 서비스 전략에서 주목할 점은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서비스(BIS)다.

회사의 모든 e비즈니스 및 웹 관련 업무는 물론 인터넷을 활용한 신사업 모델제시와 같은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업무다.

그러나 서비스부문 강화라는 IBM의 경영전략에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부문이 IBM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면서 또다른 난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부문의 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약 14만명에 이르는 직원에다 매년 2~3만명의 신규 인력 충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실업자가 많지않은 미국의 노동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거대 인력에 대한 보수 지급도 큰 문제다.

IBM은 제조관리부문에서 뛰어난 비용절감 능력을 갖춘 회사지만 인력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체로서의 비용절감은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신규 인력의 고용 및 훈련은 IBM이 앞으로 풀어나가야할 가장 큰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