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발표된 ''국민의 정부 제2기 경제운용 비전과 전략''은 ''개혁과 도약''을 기본목표로 ''집중과 선택''을 추진전략으로 제시했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선택하고 그 순위에 따라 시급한 현안에 대해 정책역량을 집중시켜 개혁의 가시적인 성과를 끌어 내면서 도약의 발판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전반부인 국정 1기는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충격을 극복하면서 경제활성화를 꾀해야하는 절박한 현실 때문에 개혁의 방향과 전략에 있어서 상당한 혼선이 야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국정 2기의 경제정책 추진전략을 ''선택과 집중''으로 설정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그런데 요즈음 내놓고 있는 경제정책 내용을 보면 그같은 기대가 초반부터 무너지고 있는 것같아 걱정스럽다.

국정2기 경제팀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2단계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추진계획이 그 대표적 사례다.

정부가 부실은행에 대해서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고 금융지주회사 설립 등 금융기관의 대형·겸업화를 추진하는 한편 금융구조조정과 표리관계에 있는 부실기업의 조기퇴출 등 기업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겠다는 것이 골자다.

우리경제의 현실로 보아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따라서 ''선택''은 지극히 당연한 셈이다.

문제는 ''집중''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방안과 추진일정까지 제시했지만 너무 의욕적인 계획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함으로써 과연 계획대로 해낼수 있을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금융계는 초긴장상태에 돌입했다고 한다.

합병 또는 퇴출에 따른 금융종사자들의 신분상 변화가 가장 민감한 문제일 터이지만 가뜩이나 경색돼 있는 금융시장을 마비시키지나 않을지도 큰 관심사다.

기업퇴출 등이 겹쳐 경기위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결코 기우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민생법안의 심의를 거부하는 등 국정의 당사자 역할을 포기한 정치권의 행태는 또다른 거대한 장애물임에 틀림없다.

정부가 공적자금 추가투입의 합리화를 위해 지나치게 의욕적인 청사진을 제시한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연내에 2단계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차라리 정책목표를 줄이고 대신 정부역량을 집중시키는 방법은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차질이 빚어진다면 정책불신을 심화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동안 경제불안의 최대 걸림돌이 정책에 대한 불신이란 점을 감안해 볼 때 매우 위험스런 도박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성 싶다.

지금의 정부정책에 있어서 ''선택''전략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지난 26일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은 복지재정의 확충이 예년과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기초생활보호법의 본격시행에 따른 예산지출 증가와 의료보험 재정지원 확대 등이 대표적 요인이다.

반면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사회간접시설 확충 등은 동결되다시피 했다.

물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심화된 빈부격차의 확대 등을 감안할 때 저소득층 지원 정책을 확충해야할 필요성은 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경제능력으로 감내할수 있는 범위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우선순위의 재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복지병의 유발이라는 기본적인 문제이외에도 이미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복지정책은 세금을 거두고 분배하는 과정에서 매우 높은 간접비용을 수반한다.

반면 지원규모는 상대적으로 영세하기 때문에 비효율을 수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정책이라면 문제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생산적 복지정책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경제정책은 항상 서로 다른 집단간의 이해상충을 유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때문에 전국민을 만족시키기는 어렵고,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의 정부 전반부 2년반의 개혁성과를 경제의 내실화와 국가경쟁력 제고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철저한 추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