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에도 아날로그는 살아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40년 터줏대감인 내셔널반도체가 아날로그를 부활시켰다.

경영 전문 격주간 포브스 인터넷판은 "아날로그의 제왕 내셔널반도체"라는 제목의 21일자 기사에서 내셔널이 10달러 아래로 추락한 주가를 1년반만에 40달러대로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비밀은 아날로그로의 귀향.

내셔널은 1년전 PC칩 사업을 접고 아날로그 칩 생산업체로 변신했다.

현재 주력 사업은 네트워킹 장비, 무선 핸드셋, 정보기록장비,웹패드 등 디지털 기기에 들어가는 아날로그칩 생산이다.

연 매출 21억달러중 72%(15억달러)가 아날로그 칩에서 나온다.

아날로그 칩은 집적(IC)회로를 초소형으로 축소한 것으로 모든 전자 기기의 크기를 줄이는데 필수적이다.

6월까지 1분기(회계년도 기준) 매출은 6억4천1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억8천2백만달러보다 33% 늘었다.

5분기 연속 성장의 결과다.

회장겸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할라(54)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2분기 매출은 전분기보다 6~8% 늘고 연간 매출은 30% 오를 것"이라고 자신한다.

할라의 계산 대로라면 2000년도 내셔널의 매출은 27억달러에 달한다.

99년 4월 10달러선이던 주가도 아날로그칩으로 사업중심을 옮긴 후 살아나기 시작, 21일 현재 39달러로 뛰었다.

지난 3월에는 사상 최고치인 85달러까지 올라 1년간 수직 상향선을 그렸다.

침몰 위기에 몰렸던 99년 초와 비교하면 눈부신 발전이다.

작년까지 내셔널의 주력 사업은 PC칩이었다.

97년에는 PC칩 메이커 사이릭스를 인수했다.

PC칩은 할라 회장이 "알맹이가 빠진 양파를 사이릭스가 꽉차게 해줬다"고 좋아했을 만큼 효자노릇을 한 사업.

그러나 PC 물량의 상당량을 소화하던 아시아가 98년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면서 칩 가격이 수직하락하기 시작했다.

가격인하 경쟁에 돌입한 인텔 컴팩 델이 부품 가격인하를 딛고 PC 가격을 1천달러로 끌어내렸기 때문.

내셔널은 가격인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99년 사이릭스를 인수한지 2년만에 되팔았다.

할라 회장은 사이릭스 매각을 "최대의 실수"로 평가한다.

인력도 10% 감축했으나 주가하락이 멈추지 않았다.

주가는 98년 10월 8달러에서 잠시 오르는가 싶더니 99년 4월 9달러대로 다시 곤두박질쳤다.

결국 98~99년 사이에 연속 4분기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다.

내셔널의 소생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할라 회장의 전략이 아날로그 기술 부활과 맞아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기기가 대거 쏟아지면서 아날로그 칩 수요도 함께 늘었다.

디지털 신호를 인간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기 위해서는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디지털 칩 뿐 아니라 아날로그 칩도 필요하기 때문.

"디지털이 전자업계를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무게중심은 여전히 아날로그"라는게 할라 회장의 설명이다.

할라 회장은 "모든 인터넷 접속 장비는 성능좋은 배터리가 필요하고 배터리는 아날로그 기술이 만든다"고 역설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도 최근 아날로그 칩 메이커인 프라이매리언에 투자, 아날로그 디바이시즈와 공동개발, 레벨 원 커뮤니케이션즈 인수 등 아날로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